은행, 대출금리 인하 '거북이 걸음'…작년 6월 수준은 언제?

안재성 기자 / 2025-01-08 17:35:31
5대 은행 대출금리 0.1~0.2%p↓…한은 금리인하폭 못 미쳐
"가계부채·집값 우려 여전…당국 규제 서서히 완화될 듯"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은행 대출금리 하락세는 거북이처럼 느리기만 하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2~5.92%로 집계됐다. 한은 금리인하 전인 지난 9월 19일(연 3.61~6.01%) 대비 하단은 0.19%포인트, 상단은 0.09%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9~6.69%에서 연 4.48~6.58%로 하단과 상단이 모두 0.11%포인트씩 내렸다. 고정형과 변동형 모두 한은 금리인하폭(0.5%포인트)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본격 규제하기 전인 지난해 6월 21일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당시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2.95~5.59%,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4~6.73%였다.

 

당시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은행을 압박했고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기 위해 잇달아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인상했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할수록 은행 대출금리는 상승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려면 금리를 올려 차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그래서 금융당국 의향에 맞춰 다들 금리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한은 금리인하를 반영하고도 과거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해 6월 수준까지 내려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많이 가라앉았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총 734조3995억 원으로 전월 말(733조3천387억원) 대비 1조608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10~12월 3개월 연속 1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8월(9조6259억 원)보다 크게 축소됐다.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도 안정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보합(변동률 0.00%)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넷째 주(+0.01%)부터 40주 연속 이어진 상승세가 멈췄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규제로 매수세가 사라졌다"며 "이제는 오히려 집값 하락을 우려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안심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완화되면서 각 은행들이 조건부 전세대출 등 철수했던 대출 상품들을 다시 팔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 아직 금리까지 내리란 신호는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 집값이 완벽하게 잡혔다는 확신이 들어야 대출금리 인하를 용인할 듯하다"며 "3, 4월쯤 돼야 본격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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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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