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계대출 관리에 은행만 웃는다…예대금리차 '쑤욱'

안재성 기자 / 2024-11-01 17:25:13
국민은행, 예대금리차 상승폭 '최대'…3개월 새 0.52%p ↑
"가계대출 줄이라니 금리 인상…은행 이익 증대"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로 은행만 웃는 형국이다. 대출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높이니 예대금리차가 커져 은행 수익 증대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1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중 네 곳의 9월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가 6월에 비해 상승했다.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바꿔드림론 등 정책서민금융은 정부 보증 혹은 은행 자체적으로 서민들에게 상대적 저금리로 제공하는 대출이다. 다만 다른 금융기관보다는 낮은 금리로 대출이 이뤄짐에도 서민이 대상이라 고신용·고소득자보다는 금리가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때문에 정책서민금융을 열심히 취급할수록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며 "은행 예대금리차 수준을 가늠할 때는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KB국민은행 9월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0.98%포인트로 6월(0.46%포인트) 대비 0.52%포인트 올랐다. 5대 은행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그 다음으로 높은 곳은 NH농협은행이었다. 농협은행은 6월 0.68%포인트에서 9월 1.05%포인트로 0.37%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0.52%포인트 0.68%포인트로, 신한은행은 0.41%포인트에서 0.53%포인트로, 각각 0.16%포인트 및 0.12%포인트씩 올랐다.

 

우리은행은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6월에 비해 9월 가계예대금리차가 낮아졌다. 6월 0.50%포인트에서 9월 0.43%포인트로 0.07%포인트씩 떨어졌다.

 

5대 은행 중 9월 가계예대금리차가 제일 큰 곳은 농협은행(1.05%포인트)이었다. 국민은행(0.98%포인트)이 그 다음이었다. 다른 세 은행은 0.4~0.6%포인트대로 차이가 컸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38개월 만에 방향을 전환해 금리인하를 실시하기 전까지 기준금리는 계속 3.50%였다.

 

그럼에도 3개월 새 가계예대금리차가 큰 폭으로 오른 것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6월 5대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은 연 2%대, 변동형은 연 3%대였다"며 "하지만 최근 고정형 주담대 금리 하단은 연 3%대, 변동형은 연 4%대"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 금리인하 후임에도 대출금리가 과거보다 높은 건 금융당국의 압박 탓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려면 금리를 올려 소비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게 가장 일반적인 수단이다.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여러 차례 대출금리를 올렸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6~9월은 한은 기준금리가 3.50%로 같았으므로 준거금리 변화도 거의 없었다. 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기 위해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는 축소했다. 시중금리를 따라가는 예금금리는 그대로인데 대출금리만 끌어올리니 가계예대금리차도 벌어진 것이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곧 은행 수익 증대로 연결된다. 여러 은행들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KB금융그룹은 금융권 최초로 '당기순이익 5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당국의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가 은행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것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높은 이자부담에 허덕여야 했다.

 

아울러 더 확실하게 가계대출을 틀어막으려고 은행들이 일부 대출상품을 판매 중단 혹은 제한하면서 돈을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로 은행은 웃고 소비자는 울고 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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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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