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화 절상' 압박…환율 1300원대 갈까

안재성 기자 / 2025-04-29 17:10:31
시장 개입 경계감만으로도 원·달러 환율에 하방 영향 줄 수도
"원화 가치 너무 안 올라…美 압력 등에 1400원 선 깨질 듯"

미국 정부가 한국에 '원화 절상'을 압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우하향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3원 내린 1437.3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에 이달 초만 해도 1500원 선에 근접했던 환율은 현재 1400원대 초중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미국이 중국에 거듭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등 무역전쟁 우려가 다소 가라앉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시스]

 

나아가 미국의 압력이 환율에 추가 하락 영향을 가할 전망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2+2 장관급 통상협의'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한국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가 별도로 환율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1년 만에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 93.0이었던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지난달 89.3으로 4.0% 급락했다.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자국의 통화가 세계 여러 나라 화폐와 비교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무역 비중을 고려해 여러 나라의 통화가 서로 교환되는 비율과 물가 차이를 반영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플라자 합의'가 있었던 지난 1985년에 비해 외환시장 규모가 30~40배 가량 커졌다"며 "이제는 정부가 개입한다고 쉽사리 환율을 움직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미국이 원화 절상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그에 응하면 시장에 정부 개입 경계감이 돌면서 원·달러 환율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미국이 실제로 인위적인 원화 절상을 요구한다면 상당한 시장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연초 대비 달러화 가치가 10% 넘게 하락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에는 절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미국의 압력이 원화 가치가 정상적인 수준까지 오르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 대표는 "하반기에는 환율이 1300원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압력으로 시장 경계감이 짙어져 환율이 점차 내림세를 그릴 것"이라며 연간 환율 하단 레벨로 1330원을 제시했다.

 

미국이 다른 부분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환율을 걸고 넘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한국 정부는 원화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했어도 인위적으로 내린 적은 없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환율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총 111억74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환율 협상은 다른 부분에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며 "초장기 국채 매입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이 환율을 방위비 협상과 엮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환율이 떨어지길 원하기에 다른 분야에서 양보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오히려 시키는 대로 원화 절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시장에 영향을 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수준보다 환율이 수출에 큰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상호 관세 25% 기준으로 환율이 1300원대까지 내려가도 수출 경쟁력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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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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