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면 나가겠다"는 동의서 받으면 가능…세입자에 보상금 주며 설득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집을 산 매수인은 2년 이상 의무적으로 실거주해야 한다. 집값 안정을 위해 전세를 낀 갭투자를 원천차단하려는 게 토지허가거래제(토허제)의 목적이다.
그런 만큼 세입자가 있는 집은 매수인이 실거주하기가 불가능하니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원칙적으로 매매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우회하는 편법이 최근 등장해 우려를 낳고 있다.
![]() |
|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세입자 현 모(40·남) 씨는 19일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며칠 전 집주인으로부터 '보상금을 줄 테니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5월 이전에 나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서초구에서 잔금일 전에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집은 매매할 수 있으나 현 씨처럼 계약일이 한참 남은 경우는 아무래도 어렵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세입자가 "전세 계약 만료 전이라도 집이 팔리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하면 매매가 가능해진다. 매도인이 해당 내용의 동의서에 세입자 서명을 받아 관할구청에 제출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현 씨에게 집주인이 '보상금'을 조건으로 편법을 제안한 것이다. 현 씨는 "어차피 내년 5월 계약이 만료되면 이사할 생각이었다"며 "조금 일찍 나가는 대신 보상금을 따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새 현 씨 같은 케이스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엄격한 규제 하에서도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서 신고가 거래가 계속 나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4일 강남3구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또 지난 17일 해당 지역에 대한 토허제를 내년 12월 31일까지 연장했다. 당초 오는 30일 만료할 예정이었으나 1년 3개월 더 늘린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꼼수가 잇따르면서 갭투자를 차단하는 토허제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편법 때문에 집값 오름세를 막기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추가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A 씨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매도인에게 편법을 쓰라고 권한 케이스도 있다"고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이달 초 대치동의 대형단지 아파트 한 채를 매수 문의한 사람이 있었다. 해당 주택엔 세입자가 살고 있었다. 매수인은 갭투자를 원했고 매도인도 동의해 가계약이 이뤄졌다. 매수인은 토허제가 곧 풀릴 거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년 말까지 연장이 결정되자 양측 모두 난감했다. 그래도 집을 사고 싶었던 매수인은 '세입자에게 보상금을 줘 내보내라'고 매도인에게 제안했고 또 매도인이 손해 보지 않도록 보상금 만큼 집값을 올려주겠다고 약속했다.
A 씨는 "그 건은 세입자가 완강히 거절해 결국 이뤄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전세 계약이 아직 1년6개월이나 남은 데다 요즘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렵단 점을 걱정해서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내년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가 20%포인트 중과되기에 그 전에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여럿"이라며 "편법을 쓰려는 시도가 더 자주 나올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무리 규제해도 빈 틈이 있으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없다"며 "편법까지 확실하게 틀어막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