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협조하라"며 '대출 족쇄'는 유지…은행들 골머리

안재성 기자 / 2024-12-10 16:58:01
금융당국, 가계대출 총량규제 여전…은행 주 수익원 막혀
"지금은 대출규제로 틀어막기보다 유동성 공급 필요해"

"팔다리에 족쇄를 채워둔 채 도와달라고 하는 것 같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탄핵 정국으로 국가 경제가 위협받자 금융당국은 위기 극복을 위한 은행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은행에 채워둔 '가계대출 족쇄'는 풀어주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불만스러운 반응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KB·신한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연합회장, 금융투자협회장 등을 소집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사들에게 "유동성과 건전성을 다시 한 번 면밀히 점검하고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운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외국계 금융사와 투자자 등에게 우리 은행의 안정성과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을 설파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상황이 엄중하니 은행도 나서야 하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풀어준다는 이야기가 없는 건 서운하다"고 말했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실제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여전히 은행들을 무겁게 억누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일부터 주요 신용대출 8개 상품의 신규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없앴다. 지난달 5일부터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판매 중단 기한을 당초 이달 8일에서 오는 22일로 연장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9일부터 타 금융기관 대환 목적의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지난달 15일부터는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6일부터 수신담보대출과 상생대환대출을 제외한 모든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9월부터는 주담대, 전세대출, 집단잔금대출의 모집인 접수도 멈춘 상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0월 15일부터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9월부터 다주택자 대상 주담대를 제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두 금융당국 지시로 인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국가 비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은행에게 시간과 비용을 쓰라고 하면서 정작 은행의 주 수익원은 막아놓고 있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그동안 은행의 주 수익원이었다.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주 수익원이 막혀 있으니 은행으로선 답답한 형국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뿐만 아니라 은행의 가계대출 공급을 제한하는 건 현 상황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에 처한 금융시장을 구하기 위해 정부 기관들은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은행은 2주 간 총 151조원 규모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지난 4일부터 4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만 8400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은행이 대출을 늘릴수록 시중유동성이 증가한다. 그런데 유동성 공급이 시급한 현 상황에서 은행 대출을 억누르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은 이미 충분히 효과를 거두었으니 더 이상 지속할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3387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2576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폭이 2개월 연속 1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금융당국 측도 가계대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가계부채비율 하향안정화를 위해 남은 기간 가계부채를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좀처럼 고삐를 놓지 않을 자세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아무래도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쉬이 풀리지 않을 듯하다"며 "올해 말까지가 아니라 내년 초에도 규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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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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