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여건 무르익었는데…가계대출·집값 '골치'

안재성 기자 / 2024-09-03 17:03:10
물가상승률 3년5개월來 '최저'…석유류·농산물 안정세
8월 가계대출 증가폭 역대 '최대'…"9월엔 잦아들 듯"

물가상승률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금리인하 여건은 무르익는 모습이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와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걸림돌이 되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2.0%로 전월(2.6%) 대비 0.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2021년 3월(1.9%)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그간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도 안정세다. 8월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0.1%로 전월(8.4%)보다 크게 축소됐다. 농산물 상승폭도 9.0%에서 3.6%로 줄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물가만 보면 한국은행이 오랜만에 기준금리 인하 버튼을 누를 만한 상황이다. 문제는 가계대출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6259억 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8조9115억 원)도 역대 최대치다.

 

지속적인 집값 상승세로 주택 매수 수요가 급증한 것이 가계대출 확대로 연결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6% 올라 2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집값이 계속 뛰니 매수 수요 증가로 거래가 활발하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은 8745건으로 2020년 7월(1만 1170건)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또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분양에서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40.66대 1이었다.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나타낸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작년 침체 분위기였던 부동산시장이 올해 이리 뜨거워지리란 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은도 고민이 많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는 자칫 집값을 더 끌어올려 가계대출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 한은으로선 고민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8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이달부터 집값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되면서 한은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만한 여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집값 상승폭이 꺾였다. 8월 둘째 주(0.32%)엔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으나 최근 2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됐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요새 현장에 나가보면 주택 매수 수요가 줄어든 게 느껴진다"며 집값이 너무 올라 매수 대기자들이 망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돼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에 그 전에 돈을 빌리려는 차주들이 은행에 몰려들었다"며 "9월부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내수는 침체인 걸 지적하면서 "한은이 올해 남은 두 차례 금통위에서 모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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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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