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둔화 흐름인데…유가 불안 '스멀스멀'

안재성 기자 / 2024-11-05 16:45:46
휘발윳값 1600원 돌파…'OPEC+' 증산 연기에 국제유가 상승세
"원유 수요 감소가 유가 상승세 제약…국내 물가 영향도 제한적"

전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으나 최근 유가가 상승세를 띠면서 불안한 흐름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전년동월 대비)로 9월(1.6%)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를 나타냈다. 지난 2021년 1월(0.9%)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저치다.

 

채소류(+15.6%) 등 먹거리 가격 고공비행은 여전했으나 석유류 가격이 10.9% 급락한 영향이 컸다.

 

▲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 소속 석유 시추선. [뉴시스]

 

하지만 유가가 다시 상승세인 점이 불안거리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85% 오른 배럴당 71.4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2.71% 뛴 배럴당 75.08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에서 증산(감산 축소)을 연기하기로 한 것이 유가를 자극했다.

 

당초 하루 220만 배럴씩 감산을 지속하던 OPEC+는 당초 지난달부터 감산 규모를 하루 18만 배럴씩 줄이는 등 점진적인 증산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세를 그리자 지난 9월 초 증산 시작 시기를 12월로 2개월 미루더니 다시 지난 3일 한 달 더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매쿼리의 월트 챈슬러 에너지 전략가는 "내년부터 원유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겠다는 회원국들의 의지에 의문을 품게 하는 결정"이라며 내년에도 감산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도 유가에 상승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번갈아가며 서로에게 보복 공격을 가하고 있다.

 

악시오스 등 외신에 다르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번 주 초 최고 국가안보위원회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이스라엘이 세 차례에 걸쳐 이란을 공습한 데 대한 보복이다.

 

이미 국내 석유류 가격은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다섯째 주(27∼3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리터(L)당 7.1원 상승한 1600.2원을 기록했다. 3주 연속 오름세를 달리며 휘발유 가격이 4주 만에 1600원대로 올라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정도 간격을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며 "앞으로 휘발윳값이 더 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가 오름세를 타면 둔화 추세인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불황으로 인해 중국 등에서 원유 수요 감소 영향이 여전하다"며 OPEC+가 증산을 미루더라도 유가가 큰 폭으로 뛰진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국제유가는 7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경기 탓에 국내 소비가 부진하니 유가가 상승해도 전체적인 물가 둔화 흐름을 거스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한국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라며 "내수를 살리기 위해 한은이 금리인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안재성 기자

안재성 / 경제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