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부과 시 수출 18% 줄어들 듯
국내 산업 우려...울산 기업들 "최대 리스크는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폭격이 현실화됐다. 당장 12조 원 규모의 수출이 줄어들 수 있고 점진적으로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되는 공동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외국산 자동차와 핵심 부품에 대한 25% 관세를 다음달 3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또 하나의 관세 장벽을 쌓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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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일 경기도 평택항 내 자동차 전용부두에서 선적 대기 중인 수출용 차량들의 모습 [뉴시스] |
이번 조치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목적이다. 백악관은 "1985년에는 미국인이 소유한 미국 내 시설에서 제조한 차량이 1100만대로, 전체 국내 생산 차량의 97%를 차지했다"면서 "작년 미국인들은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경트럭 약 1600만 대를 샀는데 절반인 800만대가 수입품"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이 받을 타격은 특히 치명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금액은 374억 달러(약 54조8000억 원), 자동차 부품은 64억 달러(약 9조3000억 원)에 이른다. 압도적 대미 수출 1위 업종으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분석을 보면 25% 관세 부과 시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5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수출액을 감안하면 81억 달러(약 11조8000억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더욱이 상호관세 10%까지 부과될 경우 국내 생산 자동차는 35%의 고율 관세를 부담해야 하고 피해는 그만큼 더 부풀게 된다.
미국 현지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관세 부담을 가격에 온전히 반영키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오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7일 "미국 수요 성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 부과 시 완성차 업체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격 인하로 대응해 수익성이 하락하거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현대차와 기아는 조지아 신공장(HMGMA)을 활용해 현지 생산을 늘릴 수 있으나 국내 공장은 미국의 대체 시장 발굴이 쉽지 않아 가동률 하락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GM은 '한국 생산 감축, 미국 생산 확대'라는 본사 전략 전환이 우려된다"고 했다.
때마침 현대차그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 조성한 '메타플렌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했다.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로, 미국 현지 생산 100만 대 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더해 향후 20만 대를 증설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31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도 밝혔다. 현대제철이 짓는 루이지애나주 제철소를 통해 자동차용 강판을 조달하고 배터리도 현지 조달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그만큼 한국 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과 고용은 축소될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하다. 최근 울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 1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기준치인 100을 크게 하회하는 81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사업 실적에 가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으로는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56.6%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 실적과 투자 계획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한국 산업 공동화를 염려하는 보도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발표에 대해 "매출 최대 국가·지역인 미국 시장을 지키는 한편 한국 내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산업연구원의 분석 결과라며 한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가 현재의 20% 수준인 연간 70만~90만 대 줄어들 수 있다고도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동차 기업 및 관련 협회, 연구기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안 장관은 "업계와 긴밀히 공조해 대응방안을 강구해나가는 한편 관계부처와 함께 자동차 산업 비상 대책을 다음달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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