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13억대 시장…"생성형 뒤졌지만 피지컬 AI는 韓 기회"

박철응 기자 / 2025-11-05 16:44:37
2050년 41억대 이상 전망…젠슨 황 "50조달러 시장"
산업기술진흥원 "한국, 물리 기반 기술 역량 강해"
여수 석유화학 산단은 'AI 전환' 추진

한국이 생성형 AI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졌지만 피지컬 AI 분야는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뇌'처럼 기능하던 AI가 로봇 등의 '몸'을 갖게 되는 것인데, 시장 규모는 한화로 조 단위를 넘어서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예상된다. 

 

5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피지컬 AI 기술이 탑재된 로봇 생산은 세계적으로 2035년 13억3700만 대, 2050년이면 41억36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사인 씨티은행의 진단이 토대가 됐다. 

 

▲ 지난달 22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 경찰청 부스에서 4족 보행 로봇이 시연되고 있다. 이 로봇은 폐쇄회로(CC)TV, GPS, 열화상, 라이다 센서를 탑재해 무인 순찰과 험지 수색, 실시간 위험 감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뉴시스]

 

향후 피지컬 AI 로봇 가격은 대중화 정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겠으나 예측대로라면 경 원대 규모의 시장이 펼쳐지게 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IT 전시회 'CES 2025'에서 "다음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라며 시장 규모를 50조 달러(약 7경2000조 원)로 내다봤다. 올해 초 모건스탠리는 향후 10년간 최대 60조 달러(약 8경7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과 국방, 자율주행, 물류, 돌봄, 청소, 배달, 서비스 등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산업기술진흥원 이재진 선임연구원과 조상동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언어 기반 생성형 AI에서는 뒤처졌지만 로봇, 제어, 반도체, 센서, 통신 등 물리 기반 기술 역량이 강해 피지컬 AI 육성이 대한민국의 전략적 기회"라고 평가했다. 이어 "피지컬 AI는 이질적인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야 하며,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소프트웨어로 논리적 판단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피지컬 AI는 중력, 마찰력, 관성 등 실제 세계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카메라 등 센서, 액추에이터(구동장치), 로보틱스 기술 등이 융합돼야 한다.

연구진은 피지컬 AI에 대해 "AI 알고리즘 단독이 아닌 로봇, 센서, 제어, 반도체, 통신 기술을 통합해야 하는 분야"라며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제조와 물류, 건설, 농업 등과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젠슨 황 CEO의 이른바 '깐부치킨 회동'에 삼성전자 이재용,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함께 한 것은 상징적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봇, 드론 등과 결합한 AI가 미래 모델의 핵심임을 방증한다. 현대차는 2021년 세계적 로봇 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기(UAM)와 함께 로봇을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위기에 놓인 제조 업종의 탈출구 역시 AI 전환이 핵심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최근 '여수 국가산업단지 AX(AI 전환) 실증 산단 구축 사업'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 용역 입찰을 공고하면서 AI 자율 제조, 안전 고도화, 운전 효율화 등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접목은 피지컬 AI의 핵심 분야다. 석유화학 업종에선 중국의 저가 물량 공급 과잉 등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몸집이 줄어드는 대신 고부가가치 구조로 탈바꿈 시키려는 것이 정책 방향이다. 

 

다만 한국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기술력이 관건이다. 한국의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설치 대수가 1000대로 세계 1위지만 대부분 단순 반복 작업용이다. 2023년 기준 AI 기반 자율 로봇 기술 특허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35%, 30%를 차지하고 한국은 12%에 그쳤다. 산업용 AI 로봇 분야에서 기술 수준은 미국의 85% 정도였다. 

 

연구진은 "피지컬 AI는 단순 하드웨어 기술이 아니라 센서, 로봇, 통신, 제어, 설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핵심"이라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 없이는 구축이 쉽지 않다. 국가 전략의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크리스 펜로즈 엔비디아 부사장은 이날 SK텔레콤 뉴스룸 인터뷰에서 "한국은 디지털 트윈(가상공간), 로보틱스, 반도체 설계, AI 에이전트 등 모든 영역에서 많은 기회가 있다"면서 "AI 분야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기술, 인재, 그리고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풀스택(Full Stack) 생태계 협력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 4일 SK그룹이 개최한 'SK AI 서밋 2025'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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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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