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세계경제, 기업 합종연횡 시대…"뭉쳐야 산다"

박철응 기자 / 2025-02-28 16:50:45
소송전 벌이던 조선업 양강, 이제는 '원팀'
삼성&현대차, AI·배터리·스마트공장 등 전방위 협력
GM 美 공장 활용 관세 줄이기도..."무역 질서 재편"
산업硏 "대외적 충격 활용 여부가 생존에 결정적 변수"

"HD현대중공업과 범죄를 수행한 임직원들의 안타까운 도덕관념을 보여준다."

 

지난해 5월 HD현대중공업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한화오션이 내놓은 반응이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촉발된 갈등은 상호 고소·고발로 점철됐다. 


양사는 입찰 제한 여부와 수사기록 공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붙었고 이례적으로 '도덕성' 공방까지 벌였다. 하지만 지난 25일 드라마틱하게 '원팀'에 합의했다. 위기감의 발로였다. 지난해 11월 10조 원 규모의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에서 탈락하면서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 석종건 방위사업청장(가운데),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업대표(왼쪽),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이 지난 25일 과천 방위사업청에서 수출사업 원팀(One Team)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글로벌 경제 환경은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강력한 보호무역 폭탄을 던지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은 격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업들을 감싸며 협력의 강력한 추동력이 되고 있다. 격변기에 파생되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작용하고 있다. 

 

호주 호위함 사업에서 일본과 독일 업체들이 각각 '원팀'으로 뛰어든 반면 한국 업체들은 각개약진하다가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브콜을 보내온 미국 함정 사업이 무엇보다 향후 가장 강력한 먹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연간 20조 원 규모의 함정 MRO(보수·수리·정비)뿐 아니라 향후 30년간 1600조 원이 투입될 신규 건조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당면 과제 앞에서는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수상함, 잠수함 수출 사업을 주관하면서 서로를 지원하게 된다. 물론 7조8000억 원 규모의 KDDX 사업 경쟁은 계속되지만 다른 손은 맞잡고 가겠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한국 방산업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정부 지원을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산업을 대표하는 두 그룹도 이례적으로 전방위적 협력에 나서고 있다. 기아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에 삼성전자는 AI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를 연동키로 했다. 현대차·기아와 삼성SDI는 로봇 전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또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5G 특화망에 기반한 스마트 제조 솔루션을 구축한다. 최근 며칠새 숨가쁘게 이어진 소식들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IT와 자동차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업종으로 지목받으며 고전이 우려된다. 그만큼 양측의 기술력을 결합해 더 높은 경쟁력을 다져가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현대차 주가는 장중 1년새 가장 낮은 신저가를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위협이 주된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돌파구 중 하나는 GM과의 공조다. 

 

현대차그룹과 GM은 다음달 글로벌 생산 시설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GM의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활용한 반제품조립(CKD) 형태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LS증권에 따르면 GM 공장에서 10만 대를 현지에서 추가로 생산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3400억~3700억 원의 관세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GM 입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기술 공유, 개발비 절감 등의 혜택을 챙길 수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엔비디아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등에서 AI 적용을 강화해가기로 했다. 글로벌 AI 최강자인 엔비디아는 도요타와도 차세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 소니와 혼다는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세워 첫 전기 세단 '아필라'를 지난달 공개했는데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맡는다. 글로벌 기업들 간 다양한 협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 업계도 활발한 합종연횡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도 견뎌낼 체력과 영향력을 키우려는 모양새다. 최근 상하이자동차(SAIC)는 IT 업체 화웨이와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협력 계약을 맺어 향후 중저가 브랜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창안(長安)자동차와 둥펑(東風)자동차는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성사될 경우 비야디(BYD)를 넘어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가 된다. 

 

세계 경제가 일종의 분기점에 서있음을 방증하는 움직임들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도입과 제조 기반 재건 목표를 들어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연구원은 "중국, 인도, 아세안 등 주요 국가들이 이미 한국 주력산업을 거세게 추격해온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현 상황에서 대외적 충격을 발전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새로운 통상 질서 아래 미래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결정적 변수"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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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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