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법원 근로자 지위 확인 판결
삼성전자 협력사 노조도 관리 책임 요구
LG전자 자회사 노조들 "실질적 권한 가진 자 나와야"
주요 대기업의 협력사나 자회사 노조들이 잇따라 원청의 책임을 묻고 있다.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이른바 '진짜 사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이를 뒷받침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가로막혔으나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사 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 |
| ▲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원 앞에서 LG전자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
12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는 전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스코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만 명에 달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시간, 휴식 등 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원청이란 논리다. 지회는 "근로계약서만 제3자와 쓰도록 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해서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022년 협력사 직원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들은 광양제철소에 파견돼 크레인 운전이나 재품 생산, 운반·관리 등 업무를 맡았던 이들이다.
2심 재판부는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는 등 지휘·명령을 한 사실을 인정했고 대법원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지회는 "포스코는 불법 파견을 덮고 소송을 포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업체 폐업을 통한 해고, 학자금 미지급 등 차별을 노골화하는 비인간적인 탄압으로 일관해 왔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협력사 노조는 원청의 관리 책임을 묻고 있다. 금속노조 이앤에스지회는 지난해 8월 설립 이후 3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사측이 원청인 삼성전자 핑계를 대며 노동조건 개선에 응하지 않는다고 본다. 반도체 생산 과정의 웨이퍼 용기 세정 업무를 하는 이들이다.
이앤에스지회는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10년을 일했든, 20년을 일했든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협력회사 노동자의 생계를 쥐고 흔드는 원청 삼성전자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만든 '협력회사 행동규범'에 따라 협력사가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는지,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하는지 관리하고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LG전자는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 하이텔레서비스지회, LG하이엠솔루텍지회, LG하이프라자지회 등 자회사 노조들의 직접 교섭 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들 회사는 LG전자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LG전자가 주는 수수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노동자들 요구에 대한 답도 LG전자가 해야 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이들 지회는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LG전자가 결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실질적 권한을 가진 자가 나오지 않는데 백날 천날 교섭해봐야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 LG전자는 지금이라도 당장 금속노조와의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간접고용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빚어지는 갈등은 오래 묵은 난제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라도 원청 기업이 실질적인 노동 조건을 결정한다면 사용자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3년과 지난해 두 차례나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번번이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재의결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현실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이날 본회의를 열어 처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일단 유보했다. 오는 13일 민주당 원내대표가 새로 뽑히면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지난 10일 원내대표 선출 합동토론회에서 김병기, 서영교 의원은 각각 "민생 입법에 관해선 패스트트랙을 적극 추진하겠다", "양곡관리법, 합법적인 노조활동법(노란봉투법), 방송법부터 먼저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