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투자 32%가 한국, 세액공제 축소 우려
현대차, 취임식에 외국인 CEO 보내고 기부도
고관세로 수십조 수출 축소 우려, '대행' 외교 한계
'관세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자마자 고율 관세와 친환경 정책 축소 등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선 탄핵 정국으로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대외적으로는 수출에 직접적 타격이 우려되는 복합 위기에 놓였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 날 곧바로 100건에 이르는 행정명령과 관련 조치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전 2시(현지시간 20일 정오)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한 집회에 참석해 "내일을 시작으로 우리나라가 직면한 모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행동하겠다"면서 "매우 많은 행정명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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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급진적이고 어리석은 행정명령은 내가 취임 선서를 하면 수 시간 내로 전부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 이후 일관되게 강조해온 '속도전'을 다시 한 번 다짐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한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가 가장 먼저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친환경 정책과 IRA를 '신종 녹색 사기'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해 왔다. 이는 곧 한국 기업들의 위기를 의미한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IRA법이 제정된 이후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풍력 등 분야에서 1102억 달러(약 16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고 그 중 한국 기업들이 349억 달러(약 50조 원)로 32%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배터리 업계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와 현대자동차 등이 IRA의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받기 위해 대규모 생산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소비자에 대한 세액공제와 달리 AMPC 혜택은 투자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변화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늪에 빠져 있는 전기차 업계에게는 더욱 어려운 환경이 펼쳐지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보호청(EPA) 규제에 대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직격한 바 있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극히 미약하다. 메탄 감축과 자동차 배출기준 강화, 전기차 확대 유인책 등이 대부분 축소나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완성차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인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과 성 김 대외협력·홍보 담당 사장 등이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CEO로 선임할 때부터 트럼프 2기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 깔렸다는 관측이 많았다. 북미는 현대차그룹이 연간 165만 대가량을 판매하는 최대 시장이다. 성 김 사장은 동아시아와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으로 미국 행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한국 주요 기업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 원)를 기부했고 정의선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 간 회동이 추진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최근 나왔다.
370억 달러(약 53조 원)를 들여 미국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38억 달러(약 5조5000억 원)가량을 투자키로 한 SK하이닉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의 근거 반도체법(칩스법)을 트럼프 당선인이 폐기할 가능성을 언급해 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다시 받아야하기 때문에 장담하기 어렵다.
가장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우려는 역시 고율 관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4일 SNS를 통해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공약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 중국산에 대해서는 최고 60%를 부과하겠다는 것이었다. 대선 승리 직후에는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25%, 중국에는 일단 10%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직접적으로 대미 수출이 줄어들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 대한 중간재 수출도 감소시킬 악재다. 구체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수출 감소 폭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10% 보편관세와 60% 대중국 관세'를 전제로 했을 때 한국의 총수출액은 92억 달러(약 13조 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감소 폭이 226억 달러(약 3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FTA 체결국이지만, 멕시코와 캐나다 사례를 유추해 볼 때 10~20%의 보편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보편관세 부과 후 양자 간 FTA 협상을 통해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조정하는 경로도 상정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대선 전 관세 공약에 대해 "협상 카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미국 조선업 MRO(유지·보수·정비) 추진 등 양자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현지 '통상협력대사'를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 차원의 적극적 외교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대통령 대행' 체제라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지난 16일 외교·안보 분야 현안 해법회의에서 "미국 신정부와 본격적인 협의 채널을 조기에 구축하고 민관의 대외협력 역량을 결집해 한미동맹의 안정적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정상 간 결정하고 이후 실무 조율하는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최 대행과의 만남 등 적극적인 소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교롭게도 8년 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2017년에도 한국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였는데, 당시 황교안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만 했을 뿐 회담은 하지 못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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