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vs 시멘트'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레미콘

설석용 기자 / 2024-11-14 16:43:31
시멘트값 조정 놓고 건자재 업계 갈등 격화
난처한 레미콘 업계 "우린 중간에 낀 샌드위치"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시멘트값을 둘러싼 관련 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4일과 지난 4일 두 차례 한국시멘트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 등을 불러 갈등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 시멘트를 운송하는 트레일러 차량과 믹서 트럭들이 강원도 한 시멘트 생산 공장에서 시멘트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갈등 중재는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 회의'라는 이름으로 진행됐고 핵심은 시멘트값이었다. 2020년 이후 30%가량 치솟은 공사비 문제 때문에 마련된 수요자와 공급자의 자율 협의 테이블이었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 3년간 4차례 인상됐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종 시멘트 톤당 가격은 2014년 7월 이후 동결돼 오다 2021년 7월 7만8800원으로 5% 인상됐다. 2022년 4월 9만800원(18%), 같은 해 11월 10만 4800원(13%)으로 뛰더니 2023년 10월엔 11만2000원(7%)까지 치솟았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핵심 연료인 유연탄을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연탄 가격이 급등하자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국내에선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호주산 유연탄은 지난 2021년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유연탄 가격이 점차 하락하자 국내 시멘트값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건설업계는 "유연탄 가격이 내려갔으니 시멘트값을 내리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톤당 107.75달러했던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은 지난달 89.79달러로 17%가량 하락했다.

 

반면 시멘트 업계는 "산업 전기료가 10% 인상되면서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 늘어났고 유연탄 가격은 인하됐지만 친환경 설비 투자로 인해 가격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간에 낀 레미콘 업계는 난처한 상황이다. 시멘트를 구입해 레미콘을 만들고 그 레미콘을 다시 건설현장에 팔아야 한다. 어느 한 편에 설 수 없는 처지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건자회는 레미콘 단체와 제조사들에 '시멘트 단가 인하 협상 추진'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레미콘 업계가 주도적으로 나서 시멘트 업계와 단가 인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달라는 내용이다. 

 

건자회는 시멘트 단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레미콘 가격를 내리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원래 시멘트 공급사와 레미콘 업체 간 협의로 시멘트값을 정했는데, 지난해부터 건설업계가 본인들도 소비자라며 가격 조정 과정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면서 "시멘트 공급사들이 단가를 인하할 여력이 없다고 하는 걸 우리가 어쩌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이에 낀 샌드위치 속재료 같은 위치"라고 하소연했다.

 

강경한 건설업계 태도에 대해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점도 있다.

 

건설업계가 시멘트값을 인하해야 한다는 이유로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 등을 꼽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는 실제로 전체 공사비와 분양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금융 비용 증가가 근본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나중에 시멘트든 레미콘이든 가격 조정이 돼서 안정화 합의가 된다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그 비용만큼 건설사들도 분양가를 낮춰야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주 건자회와 일부 레미콘 업체 대표들이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단가 조정 문제를 주도적으로 추진키 어렵다는 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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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석용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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