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주 물량 65% 급감, '관세 전쟁' 영향도
한국 점유율 31%→20%→17% 매년 하락 추세
미국발 훈풍으로 조선업은 큰 기대를 받았으나 정작 생산성과 건조 능력 면에서는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가 늘어도 소화시킬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큰 폭으로 늘어 'K조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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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뉴시스] |
11일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가 정부 산업통계분석시스템과 영국 영국 해운·조선 리서치 기관 클락슨(Clarkson)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국내 조선업의 1인당 건조량은 2021년 125.2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서 2022년 94.3CGT, 2023년 87.9CGT로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30CGT대에 이르렀다.
해당 연도 부가가치를 근무 인원으로 나눈 노동생산성은 2020년 1억700만 원에서 2021년 9600만 원, 2022년에는 8000만 원까지 수직 하락했다. 2010년대 초반 1억8000만 원대와 비교하면 급격히 약화된 것이다.
연구소는 "생산성은 한국 조선 산업의 최대 강점이었으나 2015~2018년 구조조정으로 인한 기술 인력 이탈과 2020년부터 외국인을 포함한 신규 인력의 대거 채용으로 최근 조선소 생산성은 정체됐다"고 설명했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만6000명으로 15.6%를 차지했고 특히 신규 채용의 대부분인 86%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비중은 2019년까지만해도 7.7%에 그쳤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커졌다.
구조조정은 인력뿐 아니라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건조 시설 규모는 2019년 1160만CGT에서 2023년 1130만CGT로 오히려 축소됐다. 반면 중국 규모는 2021년 1690만CGT에서 2023년 2100만CGT로 커졌다. 중국 정부가 시설 확장에 적극적이고 노동 인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최근 몇년간 글로벌 발주량이 늘면서 한국 조선업 수주 잔량은 3년6개월치가량 쌓여 있을 정도로 호황이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선업 협력 파트너로 한국을 거듭 거론하면서 향후 미 해군 군함 유지보수(MRO)와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새로운 수요가 생겨도 이를 수용할 여력이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본적으로는 신조선(새로 만든 배) 발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발주량은 384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65% 급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주가 급감했던 2020년 2월에 비해서도 20% 적은 '발주 가뭄'이다.
이 증권사 변용진 연구원은 '2008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인 선가와 수주잔고로 인한 부정적 발주 심리'를 배경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대규모 투자인 선박 발주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럼에도 중국은 공격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주 점유율은 17%에 그친 반면 중국은 71%의 압도적 수치를 보였다. 한국의 점유율은 2022년 31%에서 2023년 20%로 급락했고 결국 지난해 8년만의 최저치를 찍은 것이다. 조선업 호황에 가려진 경쟁력 약화를 보여준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국내 조선업 수주는 점유율 하락으로 세계 시황 대비 전반적으로 아쉬운 수준을 나타냈다"며 "점유율 위축이 지속된다면 수년 내 수주 잔량이 위험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어 회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연구소는 "최근 중국 조선사들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저렴한 선가를 통해 건조 기술력을 축적하며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도 한국 조선사들과 수주 경합 중"이라며 "한국의 미래 수주 경쟁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자율운항 분야의 기술력 확보, 주요 기자재 국산화, 디지털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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