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SK하이닉스가 사이클 주도"
딥시크 쇼크로 수요 더 늘어..."제본스의 역설"
중국의 딥시크 충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천문학적 AI 투자 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AI 패권 경쟁이자 세계적인 열풍이다. 이 때문에 AI 반도체 기술의 정점에 있는 SK하이닉스가 더욱 순풍을 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포함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예고된 가운데 서버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 수혜가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 |
|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미국 의회 도서관의 토마스 제퍼슨 빌딩 그레이트홀에서 개최한 '한미 경제인의 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미국 주도의 AI 시대를 표방하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의 합작사 '스타게이트' 설립을 직접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한 투자 계획 규모는 5000억 달러(약 715조 원)에 이른다.
한국투자증권은 "AI 군비 경쟁이 심화하면서 데이터센터 투자는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스마트폰, PC 세트는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중후반 % 성장하는 반면, AI 서버 출하량은 30% 성장해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메모리 사이클은 AI가 이끄는 데이터센터 사이클이며, SK하이닉스는 이 사이클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 핵심 공급사로서의 우위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5%대 상향 조정했다.
실제 AI 관련 투자 계획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의 애플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에 5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는데 주로 연구개발(R&D)과 AI 등 분야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도 클라우드와 AI 분야에 3년간 3800억 위안(약 75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전날 밝혔다. 지난 10년간 이 회사의 같은 분야 투자액을 뛰어넘는 규모다. 우융밍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AI의 폭발적 성장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도 올해 1500억 위안 이상의 자본 지출을 계획 중이며, 대부분 AI 관련 투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도네시아의 새 국부펀드 '다난타라 인도네시아'는 지난 24일 공식 출범과 함께 국가 핵심 프로젝트에 우선 200억 달러(약 28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주된 투자처 중 하나가 AI다. 세계적인 AI 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딥시크의 등장은 타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이날 메리츠증권은 "1월 '딥시크 모먼트' 이후 딥시크 홈페이지의 트래픽은 최대 6배나 상승했다. 트래픽의 급등 이후 소강 국면이 있었지만 이후 꾸준히 사용량은 늘고 있다"면서 "딥시크에 대응해 최신 AI 모델을 공개했던 오픈AI의 유료 트래픽도 직전 대비 50% 상승했다"고 전했다. 딥시크가 AI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쳐 사용의 확산을 가속화시켰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실생활에도 빠르게 파고 들고 있다. 오픈AI는 AI 비서 서비스 '오퍼레이터'를 지난 21일 8개 국가에 출시했는데 이 중에는 카카오 제휴 서비스가 포함됐다. 특정 브랜드의 상품 구매나 숙박, 영화 관람 등의 예매를 대신해 줄 수 있다.
한국은 직접적인 AI 기술 개발에 상대적으로 처져있지만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로 인한 수혜는 분명해보인다. 딥시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개발돼 화제를 모았지만 실제보다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관련 반도체 수요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AI 기업인) xAI가 그록(Grok)3 공개와 동시에 차기 훈련 클러스터를 위해 기존 대비 5배 확장된 100만 개의 GPU를 투입할 예정임을 언급한 바 있고, 그 외 빅테크들도 차기 AI 모델 공개를 준비 중인 점을 고려하면 하드웨어 관점에서 AI 투자 경쟁은 본격적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AI 투자 수요가 둔화되는 모습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딥시크 사태를 전후로 주요국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연이어 발표된 점도 하드웨어 투자 수요의 정점이 매우 멀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HBM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AI의 확산은 기술 발전으로 자원 사용 효율성이 제고되면 해당 자원의 사용이 증가해 시장이 확대된다는 '제본스의 역설'을 유발해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제본스 역설은 1865년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제본스가 제시한 개념이다. 19세기에 석탄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발전하면 석탄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여겼지만, 실제로는 증기기관이 더 널리 쓰이면서 소비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수요를 더 끌어올린다는 의미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