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누가 상대?..."韓 기업 대변인이 없다"
국가신용등급 우려...고통 있어도 뿌리를 뽑아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기업들에게는 국가 이미지가 중요합니다. 기왕이면 선진국의 제품을 선호하는게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내란으로 불리는 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 속 혼란이 이어진다면 밖에서 우리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한 대기업 관계자가 사석에서 내놓은 하소연이다. 법원 영장조차 부정하며 경호처를 앞세워 공권력과 맞서 싸우는 대통령의 나라에서 기업이 처한 위태로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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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 마지막 날인 6일 오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관계자들이 한남동 관저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근원적 경쟁력인 인력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내놓는다. 그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기술 경쟁에서 핵심"이라며 "해외에선 남북 대치 상황도 부정적으로 봤는데, 계엄 사태까지 터졌고 불안이 계속된다면 인력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 기업들은 복합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은 자국 내 경기가 어려워지자 글로벌 시장에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른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한국의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이 휘청인다. 오는 20일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곧바로 고율 관세와 자국 내 투자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등 가공할 보호무역 조치들을 단행하겠다고 벼른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야기한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에서 보듯 타국 정부가 나섰을 때 개별 기업의 대응은 어림없는 일이다.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을 위한 보호막을 들고 나오면 한국 정부가 적극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무총리 탄핵에 이은 두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의 한국이 외교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까. 폭우 예보 앞에서 우산조차 사라진 한국 기업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할 때 정부에서 우리를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미국 현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기업 소속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 당장 투자를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언론사는 기사 제목에서 '마비된 한국'이라고 표현했다.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가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당장 조정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향후 상황을 주시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만에하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정부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환율과 물가 등 전방위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일 최상목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을 옹호한 데는 그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또 (최 대행까지) 탄핵되면 정치적 리스크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신용등급은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속한 상황 정리가 긴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동시에 혼란을 미봉하려는 모든 시도를 경계해야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 부스럼이 나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뿌리를 끝까지 제거해야 하며 강도가 들었다면 완벽히 몰아내 처벌해야 한다.
해외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무산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더 많은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체포 실패는 한국인들 사이에 점점 더 커지는 무력감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뿌리는 윤 대통령이고, 엎어진 물을 되담을 수 없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하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다. 반론은 자유이겠으나 헌법적 절차를 아예 막아서려는 건 위헌적이다. 법원 영장마저 막는 건 민주국가의 기본 질서에 역행한다. 국회의원들이 그 주체라면 더욱 심각하다.
적법한 수사에 따른 처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판결만이 위기를 딛고 대한민국이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일분일초라도 빠를수록 좋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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