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관세 합의로 비교우위 확보"…위기 속 기회론

박철응 기자 / 2025-08-08 16:28:41
"韓, EU∙日과 동일…여타 국가들보다 낮아"
"최혜국 대우 지위, 한미FTA 여전히 유효"
車 산업 반사효과, 이차전지도 구조적 우위 기대
전반적으론 부정적 영향 더 커…수요 감소, 마진 축소

한국 경제가 미국의 관세 충격에 휩싸여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게 됐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위기 속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무역협회는 8일 '주요국 상호관세 및 대미 무역 합의 현황과 평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상호관세 15% 적용으로 유럽연합(EU), 일본과 동일한 경쟁 환경을 확보했고 미합의국 대비 비교우위를 확보했다"고 짚었다. 무역협회는 7만7000개 이상 회원사를 보유한 국내 최대 무역 진흥기관이다. 

 

▲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왼쪽)과 제이슨 포터 미 해군성 연구개발획득차관보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해군성에서 면담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 베트남(20%)과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캄보디아·말레이시아(19%)보다 유리한 관세율로 합의해 아직 미국과 합의하지 않은 대만(20%), 인도(25%), 캐나다(35%), 브라질(50%) 등과 대비해 상대적 우위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최근 카린 켈러주터 대통령이 직접 미국을 찾아갔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39%의 관세율을 맞았다. 

 

또 일본은 기존 2.5% 관세율에 15%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이 적용돼 미국 정부에 수정 요구를 하고 있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였기 때문에 관세율이 더해지는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무역협회는 "EU는 실행세율이 15% 이상일 경우 해당 관세율을 적용받고 일본은 상호관세율(15%)이 MFN(최혜국 대우) 세율을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한미 FTA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적용하는 최혜국 대우 지위를 약속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하지만 한국은 15%가 상한선이 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SBS라디오에 나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주는 것과 결코 불리하지 않게 했기 때문에 만약 15%로 최혜국 세율이 정해진다면 우리도 15%를 받는 것"이라며 "앞으로 100%가 되건 200%가 되건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관세율 외 협상 결과도 감내할 만하다는 평가다. 무역협회는 "쌀 수입 확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방어했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은 이번 합의에서 제외됐다"면서 "4년간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의무는 기존 수입 규모(최근 4년간 867억 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관세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자동차 산업도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주요 산업별 영향을 점검하면서 "주요 경쟁국 및 경쟁 업체와 유사한 수준의 관세율을 감안하면 Peer(동종업계) 대비 이익창출력이 우수한 현대차·기아의 관세부담은 감내가능한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주요 경쟁업체들의 미국 내 판매량 중 멕시코와 캐나다산 비중이 30~40%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해당 지역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여지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25%의 품목 관세를 적용받는데 현대차·기아는 미국 판매량의 10% 정도만 멕시코 공장에서 들여온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8년 7.1%에서 지난해 10.4%로 확대됐고 올해 상반기 관세 충격에도 10.7%로 높아졌다. 

 

이차전지 산업도 기회를 맞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15%는 북미 내 수입 억제를,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와 2000억 달러대 대미 투자 펀드는 '북미 투자 유인'을 동시에 제공한다"면서 "현지 공장 보유 기업이 미국 내 구조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흑연은 이차전지의 핵심 원자재 중 하나인데 미국은 지난달 중국산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기존 세율에 더해지는 것이라 실제 관세율은 160%에 이른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에 따라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 기업의 북미 진입은 사실상 불가하다. 

 

한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 비중을 늘려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장 3곳을 갖고 있으며 4곳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각각 1곳을 운영 중인 SK온과 삼성SDI은 향후 공장 4개, 2개를 더 지으려 한다. 

 

관세 협상 타결 후 한미 기업 간 협업 사례들이 잇따르는 점도 고무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2조9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애플의 차세대 칩도 생산키로 했다. 현대차는 전날 제너럴모터스(GM)와 차량 5종을 공동 개발해 2028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6일 미국 해군 화물 보급함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물론 그럼에도 관세로 인해 산업계에 미칠 타격은 불가피하다. 한국신용평가는 "협상 타결에 따른 일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국내 산업 환경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품목 관세율이 낮아진 자동차 및 부품을 제외하고는 상호관세 발효로 추가적인 부담 확대가 예상된다"며 "대미 수출기업들의 경우 전반적 수요 감소와 제품 마진 축소에 따른 수익성 저하뿐 아니라 국가별 관세 부담 차등으로 인한 시장 내 가격경쟁력 약화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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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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