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과실 입증 못하면 사용자 부주의·고의 오인
원인불명 사고엔 케어보상 프로그램도 유명무실
"추적 조사 통한 데이터와 법·제도적 지침 절실"
49세 직장인 A 씨는 지난 달 11일 대학 기숙사에 있는 딸(19세)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사용한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삼성전자 '갤럭시 S25' 스마트폰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이었다.
A 씨 딸은 샤워장에 들어가는데 스마트폰이 갑자기 '퍽'하며 뜨거워졌고 깜짝 놀라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연기가 나면서 불길이 솟았다고 했다. 휴대폰에 방탄 케이스까지 씌웠지만 딸은 손에 1도 화상을 입었고 갤럭시 S25는 참혹하게 부서졌다.
![]() |
| ▲ 발열과 함께 화재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갤럭시 S25' 스마트폰. [A 씨 제공] |
지난 8월 전직 국회의원이자 변호사인 50대 B 씨도 비슷한 사고를 겪었다. B 씨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 16 프로맥스' 모델을 사용하다 화를 입었다. 스마트폰에 수화기 잡음이 들려 공식 수리대행업체에서 조치를 했는데 며칠 후 배터리가 폭발한 것이다.
B 씨는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던 중 바지 주머니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고 곧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배터리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뒷면엔 구멍이 났고 B 씨는 손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사고의 충격도 잠시, 두 사람은 더 당혹스러운 일을 겪어야 했다. 보상은커녕 '사용자 부실', '고의적 폭발 유도'라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다.
A 씨가 사고 조사 의뢰 20일 후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로부터 받은 답변은 '원인불명'. '비파괴 검사 결과 배터리 손상과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 가능성이 모두 존재하고 사용자가 휴대폰을 땅에 떨어뜨려 화재가 났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객센터와의 상담은 더 힘겨웠다. 여러 사람과 수차례 통화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같았다. 상담 책임자는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린 소비자도 있지 않느냐"며 "화재가 난 건 안타깝지만 누구 책임인지 알 수 없고 제조사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B 씨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폰 수리센터는 '애플 본사 폭발원인 분석팀 분석이 끝나야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고 애플코리아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기기 환불과 교체가 이뤄진 시점은 사고 발생 후 A 씨는 43일, B 씨는 14일이 경과한 뒤였다. A 씨는 한국소비자원의 도움을 받았고 B 씨는 본사로 거세게 항의한 끝에 새로운 기기를 받을 수 있었다. 보상 대상도 기기에 국한됐을 뿐 화재로 인한 충격과 휴대폰 부재로 인한 불편, 투입된 노력과 시간은 소비자의 몫이었다.
![]() |
| ▲ 지난 8월 배터리 폭발 화재 후 '아이폰16 프로맥스' 모델(왼쪽)과 사고로 2도 화상을 입은 사용자의 손. [B씨 제공] |
'상상도 못한' 사고가 났지만 정확한 발화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제조사 과실을 입증할 증거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화재 현장을 담을 다른 스마트폰이 수중에 없었고 휴대폰을 손에 계속 들고 있지 않는 한 '외부 충격' 책임을 벗어날 수 없어서다.
A 씨는 "손에 화상을 입어도 휴대폰을 들고 있어야 했느냐고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케어보상' 프로그램도 유명무실했다. 삼성 케어플러스는 과실 여부를 명확히 입력해야 수리가 가능한 탓이다. 애플케어플러스도 '본사 분석'이 필요한 이번 사고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사고 현장이 집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또 기숙사 방 혹은 주변에 인화물질이 있는 곳에서 화재가 나는 상황은 "상상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증가하는 스마트폰 사고…소비자 안전장치 시급
배터리 화재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98건에서 2023년 179건, 지난해에는 117건이 리튬이온 배터리 발화 추정 화재로 집계된다.
스마트폰 관련 소비자 상담도 늘고 있다.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스마트폰 품질 및 AS(사후 서비스) 상담 비중은 2021년 39.7%에서 2022년 44.1%, 2023년에는 44.7%로 늘었다.
휴대폰이 생활 필수품인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절실하지만 스마트폰 화재처럼 민감한 내용은 '비밀유지'를 전제로 보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사고조차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장기 추적조사를 통한 제품 및 사용 데이터 확보가 시급하고 소비자 안전을 뒷받침할 법·제도적 규제와 지침이 절실한 이유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30일 KPI뉴스와 통화에서 "배터리 사용 제품이 화재나 폭발 위험을 지닌 건 맞지만 사용자 주의와 대처, 설명과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 제조사와 유통사에 대한 소비자 고지 및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사고 발생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추적 조사를 통한 관계당국의 데이터 확보와 연구가 선행돼야 하고 제품 구매 전부터 사고 발생 후까지 소비자 안전을 담보할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