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잘 나간다…AI 투자 확대로 편중 심화

박철응 기자 / 2025-12-12 16:08:15
반도체·전자 내년 매출, 11.7% 증가 전망
자동차,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은 부정적
150조 국민성장펀드 출범, AI·반도체 집중
"지나친 반도체 의존…부정적 요인 상쇄는 다행"

내년에도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눈에 띄게 성장하겠으나 대부분 업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I로 막대한 투자가 집중되면서 산업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12일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을 보면 내년 주요 산업의 합산 매출은 1642조 원으로 올해보다 5%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추정 증가율인 4.2%보다 높은 수준이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뉴시스]

 

무엇보다 내년 매출(562조 원)이 11.7%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 반도체·전자 업종의 약진이 전체 산업 규모를 키우는 결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 덩치가 큰 자동차는 그렇지 않다. 내년 매출이 260조 원을 기록해 올해와 비슷한 0.7%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정유(181조 원)도 0.1% 소폭 늘어나고 대표적 불황 업종인 석유화학은 0.9% 감소한 105조 원의 매출을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철강과 해운의 매출은 각각 1.1%, 1.5%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침체기에 놓여 있는 2차전지는 14.7% 늘어난 68조 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2023년 81조 원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산업 전체적인 내년 영업이익은 170조 원으로 39.3%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도 반도체·전자의 선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두 업종은 올해 79조 원에서 내년 117조 원으로 48.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삼정KPMG는 최근 내년 산업별 실적을 전망하면서 반도체와 화장품이 '매우 긍정적' 업황을 맞을 것으로 내다 봤다. 스마트폰, 조선, 제약·바이오, 항공,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은행, 증권 등은 '긍정적', 디스플레이, 에너지·유틸리티, 건설, 게임, 유통, 식품, 패션, 보험은 '중립'으로 평가했다. 

 

자동차와 철강, 해운, 정유화학, 카드, 저축은행·상호금융은 '부정적'으로 분류했다. 자동차 업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눈에 띈다.

 

한국기업평가도 내년에 반도체와 조선의 사업환경만 '우호적'으로 꼽았고 자동차, 2차전지, 철강, 건설, 석유화학, 해운 등을 '비우호적'으로 분류했다. 

 

협상을 통해 미국 관세 부담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산업 전반을 짓누르는 압력은 여전히 크다. 또 고환율 기조 속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의 조기 종료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과 이자 등 비용 상승이 대부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세계적인 투자 흐름이 AI로 집중되면서 관련 산업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 버블론이 제기되지만 주가를 평가하는 측면이 강하고 실제 투자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란 낙관론이 일반적이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최근 세미나를 통해 "AI 버블론은 주가에 반영된 과도하게 낙관적 전망, 높은 투자 비용 대비 불확실한 수익성 등"이라며 "새로운 기술 도입 시기에 시장 선점을 위한 과잉투자는 과거에도 반복됐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 선점 경쟁의 불가피성, 빅테크 기업들의 충분한 자금력,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등을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 AI 인프라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당분간 거시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6402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 증가했는데 반도체 비중이 24.3%를 차지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체 수출액은 오히려 1.5% 감소했다. 

 

정부도 AI와 반도체 투자 규모 확대에 적극 나섰다. 전날 출범한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AI에 30조 원, 반도체에 20조9000억 원이 지원된다.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에 구축될 국가AI컴퓨팅센터,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 유력한 투자 대상으로 거론된다. 

 

송 본부장은 "과도한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부정적 요인들을 AI 투자 사이클이 상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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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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