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건설업, 믿을 건 역시 정비 사업

설석용 기자 / 2025-01-06 16:23:37
지난해 10대 건설사 정비사업 27.8조 수주...27%↑
1위 현대건설 '6조 클럽' 달성...31% 증가
한남동, 압구정 등 정비사업 주목

새해에도 정비 사업에 대한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해 정비사업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 한남동과 압구정 등 주요 부촌에서 벌어지는 시공권 경합으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올해 전반적인 건설 시장 전망은 어둡다. 계속되는 공사비 상승과 대출 규제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이 양쪽에서 짓누르고 있다. 특히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안은 투자 관망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6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주택시장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에도 환율 급등과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해져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민간 부문 발주 위축, 건설기업 심리 악화 등 부정적 파급 효과로 인해 건설경기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올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1.2% 줄어 300조 원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다. 신규 택지 개발이 극히 쪼그라든 상황에서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특정 지역을 재개발하는 정비사업은 지난해 건설사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총 수주액은 27조8000억 원 가량이다. 전년보다 27% 정도 증가한 것이다.

 

1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6조612억 원을 달성하며 6년 연속 왕좌를 지켜냈다. 전년(4조6121억 원)보다 31% 실적이 뛰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도시정비 수주액은 전체 수주액(약 19조 원)의 32%에 해당한다. 전년(27%)보다 5% 정도 비중이 늘어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택사업은 경기 동향 및 고객의 니즈에 민감한 특성이 있어 업황을 주시할 것"이라며 "친환경 그린빌딩, 초고층 건물, 복합개발사업 분야로의 산업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4조7191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2023년 수주액 4조5988억 원보다는 2.6% 증가한 것으로,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성적이다.
 

삼성물산(3조6398억 원)은 3조 원을 훌쩍 넘기며 3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목표 건설수주액이 17조7000억 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비사업이 15% 정도를 차지한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초 목표였던 3조4000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며 "올해도 동일한 흐름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3위 자리를 놓고 삼성물산과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이던 GS건설(3조1097억 원)은 근소한 차이로 4위를 차지했다.

 

주요 부촌에 대한 정비사업은 흥행 보증 수표로도 자리 잡고 있다. 한남4구역 재건축 사업을 놓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벌이는 수주전은 업계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추진 상황도 주목된다. 이 두 지역은 올해 재건축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올해 시행될 정비사업 관련 정책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6월부터는 30년이 된 노후아파트도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안전진단 통과 기한을 늘려 사업시행에 속도가 나도록 한 것이 주요 골자다. 

 

기존에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만 정비계획 입안 등 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된다. 재건축 문턱을 낮춰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개정법 시행으로 재건축 기간이 3년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울시는 용적률을 사고파는 '용적률 이양제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개발지역과 규제지역 간 용적률을 넘겨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발 가능 사업지를 더 많이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관련 조례 개정 등 제도 시행을 위한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서울과 1기 신도시 등 이미 노후화된 지역의 재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신규 택지 개발이 쉽지 않은 점도 정비사업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정책 방향이 정비사업을 적극 활성화하겠다는 쪽으로 돼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정비사업 물량을 최대한 잡아놓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설석용 기자

설석용 / 산업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