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美 기업들, 관세 충격 흡수 한계 온다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2025-08-14 15:38:21
경제이슈가 승부 가른 美대선 교훈 잊었나
인플레이션과 정책, 유권자 눈으로 살필 때
지지자 충성은 다시 경제로 판가름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의 지배'(rule of economy·경제가 사회 전반을 주도하는 현상)로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여 2기 집권에 성공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높은 인플레이션, 특히 크게 오른 생활물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래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지배가 미 대선 드라마의 승부를 가른 것이다. 아울러 경제의 지배 판단에서도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있다(Beauty is in the eyes of the beholder)'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유권자들은 경제 전문가인 이코노미스트가 인플레이션을 판단할 때 보는 물가의 연간 상승 또는 하락에 대한 백분율(percentage) 수치가 아닌 절대 가격 수준에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바이든 임기 중 절대 물가 수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20% 급등했다. 경제 전문가는 인플레이션을 가격 '오름폭'으로 정의하는 반면 유권자는 가격 '수준'으로 규정하려 한다. 폭등한 물가상승률이 이후에 평탄해졌다면 경제 전문가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지만 유권자는 가격이 얼마 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유권자를 바라볼 때 '경제학보다 경제(economy rather than economics)'에 대한 이해가 긴요한 이유라 하겠다. 지난 미 대선 드라마의 승부는 '경제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눈'에서 갈렸다. 

 

▲ 트럼프, 관세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트럼프가 경제의 지배로 집권에 성공하여 그야말로 폭풍처럼 달려온 지도 6개월이 넘었다. 이 경제의 지배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아니 언제가 정점(peak)일 것인가. 이번 주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고 전월에 비해서는 0.2% 올랐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ore) 소비자물가는 3.1% 상승했고 전월 대비 0.3% 올랐다. 근원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관세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물가는 이미 어느 정도는 상승하고 있다. 물가가 더 빠르게 더 일찍 오르지 않았다면 일부 기업들이 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재고를 쌓아두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자체 감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완충 장치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재고를 미리 확보해 관세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해 왔지만 이번 여름부터는 이와 같은 재고가 점차 소진되고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이윤 마진을 축소해서라도 관세 충격을 자체 감당하고 있던 기업들이 이제부터는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8월부터 대폭 인상된 관세의 시행은 가격 인상 압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규모의 관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트럼프는 당대의 지배적인 사고방식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지지자들은 그가 특별한 인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보편적인 경제 현상의 원리가 갑자기 현실에서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지, 아니면 고용과 투자를 축소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달 발표된 부진한 고용지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세전쟁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이 줄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관세로 인한 부담을 소비자와 시장에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세 인상 충격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데에도 한계에 이르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여름은 트럼프에게 정점에 해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2026년 여름으로 타임머신 여행을 가볼 수 있다면 2025년 여름이 트럼프의 전성기였고 그때부터 내리막길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최근 몇 년간 각국의 정치에서 한 가지 두드러지는 교훈이 있다. 유권자들이 물가에 얼마나 민감하다고 정치인들이 생각하든 실제로는 생각보다 훨씬 더 물가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놀랄 만큼 충성스럽다. 하지만 그 충성의 원칙(principle)은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가 돈으로 환산되어 실감 나게 생활에 다가오기 전까지는 아직 원칙이 아니다. 지지자들의 충성은 다시 경제의 지배에서 판가름 나게 됨을 유념해야 한다.

이달 트럼프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로 지명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스티브 미란은 관세가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의 고강도 금리인하 압박에도 미 연준이 금년 들어 5연속 금리를 동결한 핵심 이유인, 관세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 압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크다. 다소 특이한 관점에서 경제학 이론을 펼치기보다는 일반대중에게 피부로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경제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책무가 정책결정자에게 있음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이달 트럼프는 소비자물가와 고용 통계를 담당하는 미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해임한 데 이어 후임자로 헤리티지재단 수석이코노미스트 E.J. 앤토니를 지명했다. 당파성이 강한 편향적 인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또한 적지 않다. 경제 이슈로 승리한 대선의 교훈을 트럼프는 벌써 잊은 것인가. 한여름 작열하는 열기 속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은 아직 춤을 추고 있는 것인가.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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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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