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면 보험업 건전성 악영향…보험사들, 자본확충 총력
보험사들에게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는 별로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시중금리가 떨어져 운용자산이익률이 낮아지는 등 경영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은 과거에 판 고금리 상품들에서 발생하는 역마진이 위협적이다.
한은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보험사들은 일단 한숨 놓은 모습이다. 하지만 조만간 금리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그 대비책 마련에 한창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잇따라 자본성 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오는 31일 3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올해 업계의 마수걸이를 한다. 지난해 8월 3500억 원 규모 발행에 이어 연초부터 대규모 자본 조달에 나선 것이다.
동양생명도 최근 이사회에서 최대 미화 5억 달러(약 7000억 원) 규모의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발행 시기와 종류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최근 자본건전성 악화 흐름을 고려하면 발행 가능한 한도를 꽉 채울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ABL생명과 KDB생명 등 다른 중소형사들도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보험사들이 줄줄이 자본 확충에 나선 이유는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서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금리 하락은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K-ICS는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지표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금리 하락 시 자산보다 부채가 더 크게 증가하여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는 구조다.
작년에도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보험사의 K-ICS 비율이 악화됐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 증권과 후순위채는 총 8조65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4.4% 급증했다. 사상 처음으로 8조 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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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보험사들은 연초부터 자본 확충에 애쓰는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새해 첫 금통위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인하는 시간 문제"란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금통위원들은 모두 3개월 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말쯤 한은 기준금리가 2.25%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후 건전성 관리가 강화된 시기에 금리 인하까지 겹친 탓에 보험산업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급여력을 높일 수단이 마땅치 않은 중소 보험사들은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경기침체와 거듭된 금리인하로 보험사들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면서도 "사실 마땅한 방책이 별로 없다"고 했다. 자본성 증권 발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황 실장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보험계약 이전, 공동재보험, 보험계약 매입 같은 방안을 통해 부채 구조조정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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