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내역서에서 사라지는 도수치료…비급여로 돌려 규제 우회

이수민 기자 / 2026-09-22 14:20:11
도수치료 1회 4만3850원·연 15회 제한…비급여는 병원이 가격 결정
병원은 수입 늘리고 환자는 실손 보상…비급여로 몰리는 '풍선효과'
금감원 "보험금 허위 청구 가능성"…복지부 "실태 파악해 대책 마련"

직장인 우민영(38·가명) 씨는 최근 허리 통증으로 정형외과에서 도수치료와 신장분사치료를 함께 받았다. 치료비로 10만 원을 냈다. 

 

도수치료는 치료사가 손으로 근육과 관절을 움직여 통증을 완화하고 움직임을 개선하는 치료, 신장분사치료는 통증 부위에 냉각 스프레이를 뿌리고 근육을 이완하는 치료다.

 

그런데 진료비 세부내역서엔 신장분사치료비로만 적혀 있었다. 병원 측은 "도수치료에 가격과 횟수 제한이 생겼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었던 도수치료가 지난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대상인 관리급여에 포함되었다는 설명이었다. 

 

도수치료는 관리급여 대상이 되면서 건강보험이 진료비의 5%를 부담하고, 환자가 95%를 부담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아울러 1회 가격은 4만3850원으로, 인정 횟수는 주 2회·연간 15회로 제한됐다. 수술·골절 등 예외 사유가 있을 때만 연간 최대 24회까지 인정된다. 

 

도수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가격·횟수 통제를 받게 된 것과 진료비 청구내역이 무슨 관계인가. 병원은 왜 진료내역서에서 도수치료를 뺀 것인가. 

 

의문의 열쇠는 도수치료는 급여, 신장분사치료는 '비급여'라는 데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는 진료비를 병원이 정할 수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병원이 받을 수 있는 진료비에 있다. 

 

▲ 우 씨 사례를 시각화한 그래픽. [챗GPT 생성]

 

우 씨 사례의 경우 병원이 도수치료로 신고하면 병원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4만3850원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비급여인 신장분사치료로 몰면 더 많은 진료비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이 가격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수치료의 횟수 제한이나 보고 의무도 피할 수 있다. 

 

환자에게도 득이 될 유인은 있다.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급여든 비급여든 실제 부담한 치료비를 거의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데다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도수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가 맞아떨어져 이처럼 도수치료 비용이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비급여에 가격, 횟수 제한도 없었던 과거 도수치료는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전한덕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이 같은 진료내역서에 대해 "환자의 반발을 피하며 병원의 수입을 늘리려는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꼼수 진료내역서와 실손보험금 청구에 문제는 없을까.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대응 담당자는 "이 사안은 보험금 허위 청구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현장을 엄밀히 살피는 중"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비급여 관리계획 담당자는 "도수치료 대신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진료비를 옮기는 수법이 어느 정도 만연했는지 살펴보면서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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