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등 유명 IT기업 지사 근무한다며 취업 사기
외교부 "고수익 노린 해외 취업 심각"…최근 19명 구출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었지만 태국‧라오스‧미얀마 접경지인 메콩강 유역 골든트라이앵글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신매매, 폭행, 감금 등 인권유린은 국제적으로 큰 골칫거리다.
분쟁 분야 관련 세계적인 싱크탱크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 그룹은 지난 8월 '메콩강변 따라 펼쳐지는 초국가적 범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메콩강에 접해있는 미얀마 샨 주와 라오스 보케오 주에서 불법 카지노, 자금 세탁, 마약 생산 및 밀매, 온라인 사기 활동, 불법 야생동물 거래 등이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 메콩강 유역 골든트라이앵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범죄 현황에 대해 소개한 인터내셔널 크라이시스 그룹 보고서. [보고서 표지 캡처] |
우리 외교부도 지난 14일 한국인 19명을 미얀마에서 구출한 소식을 전하며 "최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 등에서 고수익을 미끼로 우리 국민들을 납치·감금해 불법행위를 강요하는 범죄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범죄조직은 해외 유명 IT 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는 것을 미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도 마드라스대를 졸업한 인도인 아룬 쿠마르(24·가명)는 지난해 9월 인도와 라오스 정부가 공조한 구출작전 덕에 이 지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쿠마르는 SNS를 통해 한 구인 업체로부터 "입국하면 구글 태국 방콕법인에서 '디지털 세일즈'업무를 할 것"이라며 회사가 보낸 초청장을 받았다.
'항공료와 숙박비를 부담할테니 몸만 오면 된다'는 식으로 유인한 이 회사는 입국한 쿠마르에게 "취업비자 신청을 위해 필요하다"며 여권을 받아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 당시 태국에 입국한 인도인은 쿠마르 외에도 몇 명 더 있었다. 입국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긴 이들은 골든트라이앵글로 끌려갔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고된 업무와 폭행 등이었다.
태국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 교민은 20일 "골든트라이앵글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 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넷플릭스 영화 '수리남'을 연상케 하는 곳"이라며 "범죄 조직에겐 각국 정부의 수사망을 피해 국경을 오가기 쉬운 지리적인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19명을 구출한 곳은 미얀마 타칠레익은 동북부 샨(Shan)주에 있는 국경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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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양곤시 북부에 위치한 한 군 검문소. 골든트라이앵글로 진입하기 위해선 이러한 군 검문소를 통과해야한다. 미얀마 정부는 원칙적으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 [UPI뉴스 송창섭] |
19명을 고용한 이들은 중국계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조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보당국은 중국 공안의 단속이 심해지면서 중국 범죄조직들이 골든트라이앵글로 거점을 옮긴 뒤 아시아 전역에서 고수익을 꿈꾸는 예비 취업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 모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중화권 매체들은 "골든트라이앵글로 끌려온 불법 체류자가 수천명에 이르며 작은 'UN(국제연합)'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적이 다양하다"고 보도했다.
지역 내 범죄조직이 기승을 부르는 만큼 이들을 소탕하기 위한 국제사회 공조도 활발하다. 미얀마 언론에 따르면, 최근 중국정부는 미얀마 군부의 협조를 얻어 중국 특수부대 인력을 해당 지역에 투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31일 왕샤오홍 중국 공안부장이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미얀마 군부 실력자인 민 아흥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난 뒤 이뤄졌다. 지난 9월에도 미얀마 북부 군 경찰은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서 온라인 사기단 269명을 체포했다. 이중 중국인 186명을 검거해 중국 공안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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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트라이앵글은 동남아 대표적인 마약 생산지다. 사진은 유엔 마약범죄사무소가 지난 2020년 5월 골든트라이앵글에서 압수한 합성 마약들과 관련 뉴스다. [뉴시스] |
현재 말레이시아,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민에게 "암호화폐 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태국 IT 회사들이 각종 SNS를 통해 유혹하는 가짜 일자리 제안에 넘어가선 안된다"는 내용을 적극 알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8월4일 라오스 북부 등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린 게 전부다. 외교부는 당시 "최근 취업을 위해 동 지역을 방문한 우리 국민들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 가담을 강요받고 나아가 안전까지 위협받는 사건들이 지속 발생하고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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