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취업 사기 기승…UPI, 모집 업체와 SNS로 대화 시도
태국 방콕-치앙라이 거쳐 골든트라이앵글로 이동해 입국
"로맨스 스캠 등으로 접근…가짜 코인거래소에 송금 유도"
"해야 할 일을 간단히 설명하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어플로 사람을 꼬신 뒤 우리가 만든 가짜 코인거래소를 이용하게 만드는 겁니다."
미얀마, 태국, 라오스 접경지인 골든트라이앵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A업체 모집책은 취업 희망자를 상대로 업무에 관한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UPI뉴스는 최근 논란이 된 동남아 불법 취업사기 조직을 취재하기 위해 SNS 텔레그램에 올라온 해외 취업 모집 홍보 글을 보고 취업 희망자를 가장해 A업체와 접촉했다.
![]() |
| ▲ 동남아 골든트라이앵글 내 한 명소. 최근 이곳에서 해외취업 사기가 기승을 부려 세계 각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pixabay] |
동남아 불법 취업사기 조직은 "남들에게 사기를 치면 고액 연봉을 준다"는 식으로 국내에서 구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외신과 현지 소식통 등의 전언을 종합하면, 골든트라이앵글에서 활동하는 취업 사기업체 수는 수십 곳으로 추정된다.
UPI뉴스 취재진이 지난 16, 17일 진행한 대화에서 A업체 모집책 B씨는 한 달 5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취업을 유도했다.
그는 라오스 내 골든트라이앵글에 비슷한 사업장이 수십 개 있다고 했다. 자신이 속한 사무실에는 모두 11명의 한국인이 일하고 별도의 통역사도 2명이나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거리낌 없이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업무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로맨스 스캠(SNS 등을 통해 이성에게 접근해 환심을 산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 등을 통해 가짜 코인거래소에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 |
| ▲ UPI뉴스가 SNS를 통해 동남아 불법 취업사기 업체의 모집책 B씨와 주고 받은 문자. [SNS 캡처] |
B씨는 "로맨스 스캠은 수단 중 하나일 뿐 어떻게든 사람을 유혹해 가짜 코인거래소에 돈을 쓰게 만들면 된다"며 "현재 신규팀(신설 조직)이라 별 지출 없이 할 수 있는 로맨스 스캠을 주로 하는 것"이라고 보란 듯 강조했다.
사기 방식은 로맨스 스캠에 속은 피해자가 가짜 코인거래소에 송금하면 동시에 회사에 입금되는 구조다.
그는 취업 시 입국 루트에 대해서도 상세한 내용을 늘어놨다. 태국 방콕과 북부 치앙라이의 공항으로 들어와 택시로 골든트라이앵글까지 간 뒤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로 들어오는 루트다.
B씨는 취재진에게 라오스 골든트라이앵글까지 들어오면 자신이 마중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지까지 오는 항공료는 회사가 부담하되, 구직자 본인이 직접 발권해 결제받거나 여권과 신분증 사진을 보내주면 대신 발권해 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소개했다.
B씨는 "불법 취업 사기 업체 대표는 주로 중국인"이라며 "중국인 직원만 70명이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중 한국을 타깃으로 총 13명이 일하는 '한국팀'이 있다는 게 B씨 설명이다. 13명 중 한국인은 11명이다. 남성은 8명인데, 모두 20대 중반이라고 한다.
B씨는 급여와 관련해 "업무 특성상 개개인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는 지난 2달 간 500만 원, 600만 원을 벌었다"고 자랑했다.
![]() |
| ▲ UPI뉴스가 SNS통해 진행한 대화에서 모집책 B씨는 골든트라이앵글에서 사기를 쳐 떼돈을 벌고 있다고 자랑했다. [SNS 캡처] |
B씨 사례처럼 고수익을 미끼로 남을 등치는 불법 사기 업체는 골든트라이앵글에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14일 "최근 골든트라이앵글 등에서 고수익을 미끼로 우리 국민들을 납치·감금해 불법행위를 강요하는 범죄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얀마 현지 불법 업체에 감금됐던 한국인 19명을 미얀마 경찰 협조를 받아 구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재진이 미얀마에서 벌어진 불법 취업 피해를 들며 우려를 표하자 B씨는 "미얀마는 국가 특성상 내전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중국인들도 입국을 꺼린다. 내가 일하는 곳은 라오스이기에 문제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현지 교민 얘기는 다르다. 방콕에서 식당을 하는 한 교민은 "골든트라이앵글은 자유롭게 세 나라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곳으로 세 나라 정부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외교부가 한국인을 구출한 미얀마 접경지는 미얀마 군부가 입국을 불허하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이곳에 들어간 사람은 태국, 라오스를 통해 불법 입국했다고 봐야한다.
![]() |
| ▲ UPI뉴스와 SNS 대화에서 모집책 B씨는 여권은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NS 캡처] |
취업자들이 현지에 억류되는 일은 여권을 뺏기면서 일어난다. B씨는 "비자 연장 문제로 여권을 회사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맨스 스캠으로 떼돈을 번 중국인들이 한국이 기회의 땅이어서 최근 한국팀을 만들었다"고 했다. 사기 피해자 확산을 시사한 셈이다.
한 서울지역 경찰서 외사담당 관계자는 20일 "골든트라이앵글이 각국 공권력이 닿지 않는 곳이다보니 B씨처럼 하는 일을 대놓고 불법이라고 말해 예비 취업자를 안심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권을 받아 취업자를 억류하는 건 전형적 수법"이라며 "언제든 여권을 돌려준다고 하지만 조직 운영 실태를 한번 본 이상 현지에서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