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vs '기적'…일요일 새벽, 축구팬은 잠들지 못한다

이민재 / 2019-05-31 15:55:14
손흥민의 토트넘, 챔스리그 우승컵 두고 리버풀과 격돌
"역대 전적 리버풀이 앞서지만, 우승 단정 힘들어"

축구 해설가들이 자주 쓰는 표현 중에 '공은 둥글다'가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역대 성적을 떠나 이변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점이야말로 축구의 매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일과 9일 펼쳐진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두 경기는 역사에 남을만한 명승부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전율시켰다.

 

▲ 토트넘의 손흥민(오른쪽)과 대니 로즈가 아약스와의 4강 2차전을 승리한 후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뉴시스]

누군가는 이 두 경기를 두고 '기적'이라고 불렀다. 기적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최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세계 축구사를 수놓았던 수많은 명승부를 두고 사람들은 쉽게 '기적'이라는 표현을 붙인다. 그러나 이 표현과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명승부를 일궈낸 선수들의 절박함과 투혼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라운드를 수놓은 수많은 기적이 있었다. 하나 같이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다. 그중 몇몇 경기만 꼽아보아도 아래와 같은 승부들이 있다. 


<암스테르담의 기적> (2019.5.9.)


'암스테르담의 기적'은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의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9일 새벽 토트넘은 네덜란드 아약스를 상대로 루카스 모우라가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승리는 말 그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준결승 1차전에서 아약스에 1-0으로 패한 데 이어 2차전 전반에도 2골을 내준 상황에서 웬만한 투지와 기술력이 없었다면 이날의 승리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안필드의 기적> (2019.5.8.)


▲ 위르겐 클론(왼쪽 두번째) 감독과 리버풀 선수들이 2018-2019시즌 UCL 4강 2차전 경기가 끝난 후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바로 하루 전 챔피언스리그에 길이 남을 '기적'이 한 번 더 일어났다. 이른바 '안필드의 기적'. 영국 리버풀은 8일(현지시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승리를 일궈냈다.


리버풀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4-0 승리를 끌어냈다. 리오넬 메시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거둔 승리 그 자체만으로도 값지지만, 더 대단한 건 리버풀이 당시 처해있던 절박한 상황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앞서 리버풀은 1차전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0-3으로 대패한 상태였다.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3골 차의 승리가 필요했다. 게다가 점수가 같을 경우 원정 다득점팀이 승리를 가져가기 때문에 한 골이라도 실점하는 날에는 4골 차 승리를 거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축구는 경기 특성상 농구처럼 여러 득점이 터지지 않는다. 여러 골이 나오는 경기가 없는 것은 아니나 3점을, 그것도 무실점으로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리버풀은 그걸 해냈다. 그것도 무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의 역대 '기적'들


이러한 기적은 챔피언스 리그 역사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승리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거나 약체인 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일어났다.


<캄프 누의 기적> (2017.3.9.)


2016~2017시즌 바르셀로나는 1차전에서 파리 생제르맹에 0-4로 대패했다. 2차전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쓰지 않으면 8강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해당 경기에서 6-1로 생제르맹을 무찌르는 대승을 거뒀다. 합산 성적 6-5. 역대 UCL에서 1차전 4골 차 패배를 뒤집은 경우는 이 경기가 유일했다.


<로마의 기적> (2018.4.11.)


'기적의 주인공'이었던 바르셀로나. 그러나 이듬해 바르셀로나는 '기적의 희생양'이 됐다. 2017~2018시즌 바르셀로나는 이탈리아 AS로마와 8강에서 맞붙었다. 1차전에서 로마는 1-4로 대패했지만 2차전에서 3-0으로 대승을 거뒀다. 바르셀로나는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8강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맞았다. 이 경기는 축구계에서 '로마의 기적'으로 불린다.


<런던의 기적> (2012.3.15.)


2011~2012시즌 첼시는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첼시가 우승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16강 1차전에서 찾아왔다. 당시 첼시는 이탈리아 나폴리에 1-3으로 패했다. 탈락의 위기에 몰렸던 첼시는 2차전에서 90분 동안 3-1의 스코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탄력을 받은 첼시는 결승까지 올라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리아소르의 기적> (2004.4.8.)


2003~2004시즌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페인 데포르티보가 AC밀란을 상대로 거둔 이른바 '리아소르의 기적'이다. 데포르티보는 당시 상대적으로 약체라고 평가되던 팀이었다. 반면 AC밀란은 그해 리그 10골을 터뜨린 카카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데 모인 강팀 중의 강팀이었다. 데포르티보는 1차전에서 1-4로 패했지만 이내 홈에서 4-0으로 승리하면서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긱스가 만든 맨유의 트레블(3관왕)> (1999.4.14.)


1998~1999시즌, 맨유는 1999년 4월 트레블 달성에 최대 고비였던 FA컵 준결승전에서 아스널을 만났다. 맨유는 1-1 상황에서 후반 추가 시간 피터 슈마이켈이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천신만고 끝에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 그 유명한 라이언 긱스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자기 진영에서 볼을 잡은 긱스는 단독 드리블로 아스널 수비수 네 명을 제친 뒤에 결승 골을 터트렸다.

드디어 오는 일요일 새벽 4시(한국시간) '기적'과 기적'이 맞붙는다. 드라마틱한 승리로 결승에 오른 토트넘과 리버풀이 2018~2019시즌 챔스 리그 우승컵을 놓고 세기의 대결을 펼치는 것.
 
토트넘과 리버풀은 올 시즌 이미 두 번 자웅을 겨뤘다. 결과는 두 번 모두 리버풀의 2-1 승리. 게다가 리버풀은 올 시즌 리그 37경기에서 87득점 22실점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실적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축구 팬들이 리버풀의 승리를 점친다. 리버풀의 무서운 기세를 꺾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믿기지 않는 기적을 연이어 목격하는 지금, 그간의 성적만으로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다. 결국,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진 팀, 영혼을 다 바쳐 경기에 임하는 팀에게 기적은 다시 한번 미소지어줄 것이다.


K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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