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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주년인 24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외벽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쓰여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서울 도심을 걷다보면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장면이 있다.
서울 중구 정동, 고요한 거리 한편에 자리한 주한 러시아 대사관 외벽. 그곳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는 굵은 러시아어 문구가 적혀 있다.
'ПОБЕДА БУДЕТ ЗА НАМИ'
'승리는 우리 것이다.'
혹은 '승리는 우리 편이다.'
단호한 문장, 흔들림 없는 선언.
그러나 그 문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오늘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4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전쟁은 수많은 젊은 생명을 앗아갔고, 숫자로 다 담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전장에서 쓰러진 이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 폐허가 된 삶의 터전.
파괴된 에너지 시설로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했던 주민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울려 퍼지는 공습 사이렌 속에서 일상을 빼앗긴 사람들.
그들의 시간은 여전히 전쟁 한가운데에 멈춰 있다.
서울 한복판, 평온한 일상 속에 걸린 '승리'의 문구는 그래서 더 낯설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결의의 상징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고통의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더욱이 평화를 외치던 목소리들이 이 전쟁 앞에서는 유난히 조용하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남는다.
한·미 군사훈련이 있을 때마다 훈련 중단과 미군 철수를 주장하던 이들. 그들은 왜 지금, 실제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전쟁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가.
'정의'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가치인가.
누군가의 전쟁에는 분노하고, 다른 누군가의 전쟁에는 눈을 감는 것이 과연 정의일까.
지금도 포화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선택적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전쟁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그들이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도록,
세계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정의가 아닌 것을 정의라 부르는 현실,
평화가 아닌 것을 평화라 포장하는 언어.
그 왜곡을 바로잡는 일 역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일지 모른다.
승리라는 단어가
더 이상 전쟁의 구호가 아니라
평화의 이름으로 불리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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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주년인 24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외벽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쓰여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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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주년인 24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외벽에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고 쓰여진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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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주년인 2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홍정식 활빈단장이 전쟁반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이상훈 선임기자] |
KPI뉴스 / 이상훈 선임기자 jo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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