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개정에도 대미 무역흑자 급증
"승용차, 냉장고 등 품목별 대비책 필요"
'판도라의 상자'가 다시 열릴 조짐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기존 무역협정의 재검토를 지시했고,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가 포함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이익 극대화는 곧 한국의 이익 축소를 의미한다. 피해를 최소화할 세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기존 무역협정의 재검토를 지시하고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의 이행을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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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보를 얻거나 유지하는데 필요하거나 적절한 개정을 권고하라"고 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며 "임기 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가 10~20%로 공언한 보편관세의 방파제가 되기 어려울뿐 아니라, 협정 내용도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21일 마이클 비먼 전 미국 USTR 대표보는 한국무역협회 주최 세계무역포럼 특별강연 연사로 나서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제로섬 기반의 새로운 무역 정책을 촉발했으며, 이는 미국이 75년간 구축해 온 국제 무역 질서에서 이탈하는 분기점이 되고 있다"며 "한미 관계에 미칠 파급 효과에 한국이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2017∼2018년 한미FTA 개정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은 바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278억 원, 무역수지 흑자는 557억 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였다. 무역수지는 전년에 비해 25% 급증했다. 1998년부터 꾸준히 흑자를 보였는데 특히 2020년 166억 달러에서 4년만에 빠른 속도로 3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1기 때 한미 FTA를 개정했음에도 이후 한국 측 이익이 더 커졌다는 데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당시 취임 첫 해에 곧바로 한미 FTA의 폐기를 위협하며 재협상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듬해 개정 협상 결과문에는 미국산 화물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기간을 20년 연장하고, 미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면 한국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물량 두 배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한국은 '투자자–국가분쟁 해결제도(ISDS)' 소송 남발 제한, 덤핑과 상계관세율 계산방식 공개 등을 챙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무역 치적 중 대표적 성과로 한미 FTA 개정을 거론하며 "환상적인 합의"라고 해왔다. 이번에도 같은 카드를, 좀 더 강도 높게 요구할 개연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일각에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을 해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세계 7위 규모의 대미 누적 무역수지 흑자로 인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경우와 같이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며, 국회입법조사처도 "트럼프 1기에 개정된 한미 FTA의 상호호혜적 성과에 대한 대미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미 FTA 재협상이 불가피할 경우 다른 피해를 줄이는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공표했으나, 한국은 한미FTA 재협상 과정에서 쿼터제로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등 조치로 관세를 면제받은 바 있다.
산업연구원은 "승용차를 중심으로 컴퓨터 부품 및 저장매체,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에서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FTA 개정을 전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해당 품목들에 대한 미국 측의 무역수지 개선 압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측 무역수지의 감소가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미국 측이 통상 압력을 행사할 때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에 대해서도 리뷰가 필요하다"고 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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