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경제통계 믿지 않는 트럼프가 美경제에 미칠 영향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2025-08-11 14:37:58
트럼프, 국가 경제통계 부정···관세보다 美경제에 더 심각한 위협
팩트(fact) 직시 못하는 지도자, 본인과 국민 모두 위험에 빠뜨려
희생양 찾을 게 아니라 국가통계 인프라에 자원 투입해야 할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롭지 않다.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이 작성하는 통계가 조작되었다며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장을 해임하면서 터키, 이란, 러시아, 아르헨티나, 중국 등 경제 기관 개입으로 비난받아온 국가 지도자들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미 노동통계국은 고용지표, 소비자물가 등 핵심 경제 지표를 작성하는 기관이다. 노동통계국은 7월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다고 발표했고 5월, 6월의 일자리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먼저 경제 통계에 관한 팩트(fact)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제 통계 발표는 추정치로 구성된다. 가장 정확한 통계는 맨 나중에 발표되며 초기 추정치는 이후 발표 시점에 맞추어 수정된다. 월별 통계는 본질적으로 추정치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자리 추정치의 수정 폭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커졌다. 이는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의 설문조사 응답률이 크게 낮아진 데 주로 기인한다. 미 노동통계국은 기업들이 설문조사 1차 마감일 이후에도 두 달 동안 추가로 응답을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번에도 더 많은 설문 응답을 추가 수집하여 분석한 결과 5, 6월 일자리 추정치가 크게 하향 조정되었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도입한 연방 보조금이 만료됨에 따라 관련 교육 부문 고용이 급격히 둔화했고 추정치 수정에 반영되었다. 7월 고용지표는 소매업과 의료 등을 제외한 많은 부문의 경제 활동이 부진함을 보여준다.

고용지표는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제 지표 중 하나다. 발표가 나오기 2주 전부터 격렬한 논쟁이 시작된다. 발표 수치가 지난번보다 높을지 낮을지, 시장 예상은 어떻게 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예상보다 일자리가 늘어나거나 줄어든다면 금리가 상승할지 하락할지, 그에 따라 채권과 주식 가격이 어떻게 변동할지 투자자들은 걱정할 것이다. 세 번에 걸쳐 발표되는 월별 고용지표는 추정치다. 6월 고용지표의 두 번째 추정치를 예로 들어보면 비농업부문 취업자수(non-farm payrolls)가 전월 대비 14만7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발표 당일 '미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US economy surpasses expectations)'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트럼프를 격분시켰다는 세 번째 추정치이자 팩트에 가장 가까운 수치는 취업자가 1만4000명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결국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정확하게 드러나게 된다. 대개 투자자들이 이미 돈을 잃은 시점이어서 추정치가 정확하게 발표되는지에 별 관심이 없을 때다.

그렇다면 미 노동통계국의 통계 프로세스 자체는 완벽하다는 것인가. 결코 그렇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들어 노동통계국은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프로세스에서 3개 대도시권의 가격 정보 수집을 중단한 바 있다. 특정 지역의 특정 매장에서 특정 품목 가격을 찾을 수 없는 경우(예: 뉴욕시의 우유) 통계 담당자는 해당 가격을 같은 지역의 다른 매장에서 판매되는 동일 품목의 가격으로 대체한다. 같은 대도시권에서 신뢰할 수 있는 가격이 없는 경우 통계 담당자는 다른 대도시권의 데이터(예: 보스턴의 우유)를 사용한다. 통계 전문용어로 이른바 '셀 대체(cell imputation)'라 칭한다. 이 경우 부정확성이 발생할 수 있다. 7월 노동통계국은 월별 가격 데이터의 15%가 더 이상 수집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는 데이터가 그만큼 대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2.5% 내외만 대체되었다.

설문조사 응답률이 낮아지고 경제 구조 변화를 반영할 새로운 모델링 과제가 제기되는 등 도전적 통계 환경에서는 통계 기관에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게 된다. 설문조사 응답을 추적하며 더 나은 모델을 구축할 인력과 예산이 요청된다. 그러나 미국 통계학회(American Statistical Association)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통계국의 예산은 2009년 이후 실질 기준으로 18% 감소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미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노동통계국 예산은 8% 삭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정부의 고용 동결과 급여 삭감 등으로 인해 노동통계국의 핵심 전문가들이 떠나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조직 내에서 다음 세대에게 전문성을 전수해 온 '길드 마스터(guild master)'들이다. '길드 마스터'가 떠난 자리에 채워진 대체자마저 연이어 떠나고 있다. 조직으로서 지녀온 축적된 지적 자산과 경험(institutional memory)이 유실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통계 강국이라는 미국의 오랜 명성이 흔들리는 형국이다.

트럼프의 노동통계국장 해임은 경제통계기관의 목적이 대통령을 기쁘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정치 지도자가 경제통계를 정치화하고 통계 인프라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파괴한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은 경제 통계가 정치적으로 조작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이 나라들은 큰 경제적, 사회적 대가를 치렀다.

신뢰할 수 있는 국가 통계는 경제의 초석 중 하나다. 통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흔들리면 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투자 및 성장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노동통계국장 해임사건은 트럼프의 관세보다도 오히려 미국 경제에 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하겠다. 국가 통계 인프라를 민간 부문이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민간 데이터 자체가 국가 통계에 크게 의존한다. 국가 통계의 탄탄한 기반이 없다면 국민 경제의 현상과 흐름을 올바르게 읽고 판단할 수 있는 일관되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찾기 어려워진다. 국민과 시장이 국가의 객관적인 데이터 생산 능력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면 품질이 낮은 출처에 부득이 의존하게 될 것이며 이는 나쁜 경제적 의사결정과 큰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트럼프가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해임한 데 그치지 않고 당파성이 강한 인물을 후임자로 내세운다면 이는 미 정부의 경제 통계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미 경제에 중장기적인 타격을 줄 우려가 크다. 대통령이 신뢰하지 않는 일국의 경제 통계에서 경제의 미래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트럼프에게 긴요한 일은 부진한 경제에 대한 희생양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국가 통계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자원을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통계 기관의 지적 자산과 경험을 더욱 견고히 쌓아 나가야 한다. 현실의 팩트를 올바로 직시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그들 자신과 함께 그들에게 의존하는 국민들을 모두 위험에 빠뜨려 왔다. 동서고금을 통해 이는 트럼프에만 해당하는 스토리는 아닐 것이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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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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