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풍경과 인간의 흔적…조르주 루스 개인전 '서울 기억의 단면'

박상준 / 2025-11-02 11:55:56
21일~12월13일 공근혜갤러리…청계천 재개발 현장 역사적 기록

78세의 프랑스 설치 사진작가 조르주 루스는 철거 예정이 지나 버려진 건물을 원재료로 삼아 공간 위에 직접 색채와 도형을 그려 넣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해온 거장이다. 그에게 1990년대 서울 청계천 황학동 재개발 현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서울 1998-2 c print 125x160cm. [공근혜갤러리 제공]

 

오는 21일 서울 종로 공근혜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조르주 루스의 개인전 '서울 기억의 단면'은 1998년 청계천 재개발을 통해 급격히 변화한 서울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시각적 기록이다.

 

이번 전시에서 '서울, 1998' 2점과, 현장 설치 작업을 준비하며 구상한 수채화 드로잉 신작들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또 지난 9월 성곡미술관 30주년 기념전에서 선보인 설치 프로젝트 '서울, 2025'의 사진작과 수채화 드로잉 작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진행된 사진 작품 6점과 수채화 드로잉 17점이 함께 전시된다.

 

27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은 루스는, 고층 빌딩과 아파트 단지로 새롭게 변신한 청계천 풍경 앞에서 과거의 폐허를 떠올리며 깊은 감회를 전했다.

 

"2000년,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동방의 빛' 전을 준비하며 1998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철거를 앞둔 낡은 양옥집 외벽에 사라질 공간을 기념하기 위해 붉은 원을 그렸습니다. 나에게 붉은색은 사진에 필요한 태양빛을 상징합니다. 이 작품은 폐허의 어둠 속에서 빛을 상징하는 제 방식의 인사였습니다."

 

루스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구도와 빛, 건축적 구조가 어우러진 시적 변형을 통해 장소의 기억과 역사, 그리고 인간의 흔적을 드러낸다. 회화·조각·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업 방식은 국제 미술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 서울 2025. 성곡. 수채화 드로잉. [공근혜갤러리 제공]

 

그의 작품은 파리 그랑 팔레, 워싱턴 D.C. 허쉬혼 미술관, 중국 국립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1988년 국제사진센터(ICP) 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솔 르윗의 뒤를 이어 벨기에 왕립 아카데미 준회원으로 선출됐다.

 

잊혀진 풍경과 현재의 시간, 예술의 실험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13일까지 이어진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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