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경고음 커진 기후위기···전담부서 만든 한국은행

조홍균 논설위원 / 2024-02-19 11:21:28
2024년 1월 지구 최고기온 기록···파리기후협약 임계치 대비 1.5도 돌파
기후위기비용에도 다수 세계시민 행동의지··이에 부응하는 정책 아쉬워
한은 총재직속 기후위기조직 신설···정치이념에 흔들리지 않는 이니셔티브 기대

 

20241월은 역사상 가장 더운 1월로 기록되었다. 올해 1월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3.14도로 산업화 이전 1850~19001월 수준(pre-industrial level)보다 1.66도 높았다. 1월 해수면 온도 역시 사상 최고치인 섭씨 20.97도였고 24일은 새로운 최고치인 21.12도를 기록했다. 20232월부터 20241월까지 12개월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2도 높은 섭씨 15.02도로 역대 최고치였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Paris Climate Accord)에서 정한 임계치(threshold) 1.5도를 최초로 돌파한 것이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기후관측기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가 이번 달에 발표한 데이터다.

 

이와 관련 지난해 5월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2027년까지 적어도 12개월은 사상 처음으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이 66%라고 예측한 바 있다. 우려했던 방향으로 현실화되는 기후위기를 알리는 경고등이 금년 들어 본격적으로 켜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구 온난화는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기상 이변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버지니아주는 대규모 자연재해로 유명한 지역이 아니었는데도 최근 들어서는 강풍과 홍수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버지니아주를 강타한 시속 240km의 초강력 토네이도는 주택 100여 채를 파손시키는 등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다. 이러한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 가격 조정(repricing of risk)은 주택 보험료의 대폭 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주택 보험료 인상은 가입자에게 사실상의 '탄소가격'(de facto 'carbon price')에 해당한다. 버지니아주 소재 단독 주택에 거주하는 미 해군장교 마이클 헤프너의 경우 주택 보험료가 연간 1200달러 정도였는데 금년에는 2000~3200달러로 크게 오른 보험료 견적서를 받았다고 했다. 기후위기 비용 청구서가 버지니아주의 보험 가입자에게 제시되고 있는 사례다.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료 급등은 관련 주택 소유자들이 앞으로 보험 감당능력 위기(insurance affordability crisis)에 내몰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보험료 급등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주택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주택담보대출 확보에 어려움이 야기되고 은행의 신용위험마저 높아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정책당국도 점차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심상치 않은 보험료 동향 등을 주시하며 기후위기가 가계금융(household finance)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에 착수했다.

 

이처럼 기후위기 비용이 개인에게 청구되고 있는 형국에서도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매달 가계소득(household income)1%를 기부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번 달 발표된 독일 괴테대 피터 앙드레 등 유럽 경제학자 4인의 연구에 따르면 놀랍게도 세계 인구의 69%. 125개국 13만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분석에서 나온 결과다. 분석 대상자들 스스로는 43%일 것이라고 평균적으로 생각했다는데 실제는 훨씬 높은 수치다. 89%는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더 증강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고 86%는 기후 친화적인 사회 규범(social norms)을 지지했다.

 

이러한 고무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지금 세계는 사실상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상태와 다름없다는 현실이 실로 안타깝다. 세계 시민이 동료시민의 행동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시민의 절대 다수는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고 싶어 하지만 스스로는 자신이 소수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이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여기면 사회 전체적으로 그만큼 공익을 위해 행동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됨은 자명한 이치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행동의 이니셔티브를 만드는 정책 동력이 긴요한 시점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에는 점증하는 불평등과 포퓰리즘이 '녹색에 대한 반발'(green backlash)마저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 동력은 시험대에 서있다.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인 금년 정치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6월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압력이 거세지자 브뤼셀에서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정치지도자들은 농장과 가정 난방의 탄소배출 감축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미 대선에는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반대해 왔고 파리기후협약마저 탈퇴한 바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유력 후보로 나선 상황이다. 영국 유권자들은 탄소배출 순제로(net-zero) 목표를 반복적으로 약화시켜온 보수당 정부와 이번 달 280억 파운드 규모 녹색지출계획을 삭감한 야당 노동당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각국이 하루속히 이러한 당파적, 정치적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고 기여하고자 하는 절대 다수 세계 시민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여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의 추동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년 들어 조직개편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전담부서인 '지속가능성장실'을 총재 직속으로 신설하고 이번 달 업무에 들어갔다. 한은에서 흔치 않은 총재 직속 조직으로서 중차대한 기후위기 이슈에 임하는 이총재의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중립적 중앙은행이 편향된 정치 이념에 흔들리지 않으며 보다 넓고 균형 있는 시각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조사연구 등을 수행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리라 믿는다.

 

지금 임계치를 넘어서며 기후위기의 본격적 경고등이 켜진 상황임에도 각국의 정책 동력은 정치적 변수와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며 시험대에 서있는 국면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정치적 행동 성향과 관계없이 이 순간에도 기후위기는 우려되는 예측 시나리오에 가깝게 한발 한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정치 이념에서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기후위기 이슈에 본격적으로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국민과 세계 시민이 더 나은 삶과 미래를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금융경제와 인류의 삶에 심대하고 근원적인 상호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이슈이자 정책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에 이니셔티브를 지니며 현실과 미래 흐름을 읽는 선구자(avant-garde)의 통찰력으로 중앙은행 적극주의(central bank activism)를 발휘하는 확신과 헌신이 한은에 필요하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1989년 한국은행 입행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KPI뉴스 /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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