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반 이민 정책으로 사회 분열 조장…혐오범죄 증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달 20일 취임 2년을 맞는다.
거친 언행과 예측 불가한 행동으로 취임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 '정신 질환자', '망나니'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동시에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었다면서 그를 추앙하는 지지층도 두텁다.
트럼프 행정부가 700여 일간 벌인 행보에 대한 평가는 트럼프의 극단적인 언사만큼이나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단기 경제 지표와 무역전쟁 성과에 대해서는 호평을 내리는 반면 반 이민 정책으로 미국 사회 내 분열을 심화시켰다는 점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 단기 경제 지표는 '호황'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경제가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그가 주요 공약으로 내건 일자리 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집권 전 '신이 창조한 최고의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부한 것이 허풍에 그치지 않은 셈이다.
백악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팩트 시트(Fact Sheet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제조업 분야에서만 30만4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건설 분야에서도 33만7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실업률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16세 이상 국민의 실업률은 2018년 11월 3.7%를 기록했다. 이는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백악관은 트럼프 취임 이후 새로 열린 채용 공고도 660만건에 달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미 국민들도 호황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7%가 '현재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좋은 시기'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이 17년간 조사를 벌인 이래 해당 항목에 50% 이상의 응답자가 동의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제개혁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가 시행한 세금 정책 덕에 미국 가정들이 총 3조2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 혜택을 입었다. 기업세 역시 35%에서 21%로 줄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상황을 두고 미국이 '골디락스 경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0월5일(현지시간)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가운데 성장세가 강하고 지속가능한 골디락스 경제"라고 평가했다.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는 경제가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더라도 물가상승이 없는, 즉 너무 과열되지도 위축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을 지칭하는 경제용어다.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제동을 건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성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를 벌일 때부터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두고 "중국이 미국을 강간(Rape)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총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수출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을 낮출 것과 과학기술 이전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것, 중국 내 미국의 서비스 무역을 공평하게 할 것, 그리고 미국 농민 및 농산물에 대한 협의를 도출할 것 등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 시간)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무역전쟁에서 압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 대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애초에 부과하기로 했던 관세를 90일 미룬 것 이외에 양보한 것이 전무하다"며 무역 전쟁에서 미국이 명백하게 우위를 점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게 줄줄이 양보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을 대거 수입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의를 기피해온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환경법 등 각종 비관세장벽, 해킹을 비롯한 사이버 침입·절도, 서비스업 및 농업 개방 등 논의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30일(현지시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 협상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USMCA)'도 타결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협정에 대해 "무역 규모 1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역사상 최대 무역 협정"이라며 "이번 협정으로 돈과 일자리가 미국과 북미로 쏟아질 것"이라고 자축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선해 미국 자동차와 약품이 한국 시장에 더 수출되도록 했다고 백악관을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가 한국에게만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폐기까지 언급하다 결국 개정 협상을 통해 올해 3월 자국에 유리한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국제 무대에서 리더십 발휘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서 이룩한 가장 큰 업적은 북한 비핵화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업적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오바마 정권에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차원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이 없는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지도부 간 최초의 만남을 성사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이행한 것을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새운 대표적인 사례로 내걸었다. 또한 이란 핵 협정 파기 및 대이란 제재를 부활시킨 것 역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선보인 사건이라고 추켜세웠다.
반 이민정책에 혐오 증가…사회 분열 조장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미국 사회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가 집권 초부터 강력하게 추진해온 반이민 정책과 차별적 언행이 미국 사회에 뿌리박힌 인종, 종교 간 갈등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만에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미국 입국비자 발급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의했다. 같은 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함께 발의했다.
이후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인 '다카(DACA)'를 폐지하기도 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는 미국 이민을 꿈꾸는 중남미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Caravan)을 막기 위해 국경에 병력을 배치하는 등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반 이민 정책을 꾸준히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인종, 종교 등에 따른 분열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 반이슬람단체 등 미국 내 증오 단체가 늘었다. 소수 인종을 겨냥한 범죄도 증가했다.
미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을 시작한 2015년 이후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67% 증가했다. 또 트럼프가 당선된 지 단 열흘 만에 극단주의 단체들이 이민자와 무슬림을 공격한 횟수는 867건에 육박했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취임 이후 극단주의가 조장됐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재묵 교수는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미국 사회에 오래간 잠재돼 있던 인종, 종교 간 갈등이 부상했다"며 "이민에 반대하고 국익을 보호하자는 목소리와 이민자의 나라라는 전통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이들 간의 갈등이 심화했고 집단별로 양극화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 외신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정치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소수 인종과 외국인, 유대인 유력인사 등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그 수준이 노골적 선전·선동까지 치달았으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건 중미국가 이민자들이 아닌 분열하는 조장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세력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2년을 돌아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단순히 '괴짜'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업률 등의 경제 지표와 상원 수성이라는 중간선거 승리는 그가 2년간 펼친 정책과 전략이 성공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에서 압승을 거두고 비핵화 대화를 이끌어 내는 등 세계 무대에서도 미 국민의 자긍심을 회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는다. 그의 극단적인 언사로 미국 사회의 분열이 심화했고 특정 인종, 종교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늘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오로 기록될 것이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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