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물리지능, 생명지능, 양자지능이 온다

KPI뉴스 / 2025-08-21 11:10:20

"인공지능(AI) 다음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성급하거나 한가한 질문이 아니다. 70여 년 간의 축적된 연구 히스토리를 딛고 AI가 2020년 이후 혜성같이 등장해 산업의 전 분야를 장악했다. 더 이상 AI는 놀랍거나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범용(general) 기반(infra) 기술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앞서갈 수 있을까. 

 

그것은 AI의 한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첫째, 코딩으로 짠 알고리즘 AI는 인간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단절돼 있다. 쉽게 말해 정신만 있고 육체가 없는 것이다. 분석과 추론은 잘할지 몰라도 만지고 깨지는 물리법칙의 경험이 현저하게 부족하다. 둘째, 살아있는 생명을 모른다. 실리콘 반도체로 출발한 In-Silico AI는 탄소 유기체의 In-Vivo 생명현상과 동떨어져있다. 셋째, 양자(量子,Quantum) 세계와 접점이 없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뤄진 원자 단위에서의 움직임은 AI에게 낯선 분야다. 마지막으로 인간과 일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휴먼-AI 협업(協業)은 아직 인간도 서투르고 AI도 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AI 다음 시대를 휘어잡을 새로운 대형 혁신기술이 벌써부터 현실에 등장하고 있다. 위에 지적한 3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선수들이다. '포스트 AI' 패러다임의 주인공은 바로 물리지능, 생명지능, 양자 지능의 3대 신(新)지능이다. 모두 AI를 기본 값으로 깔고 기존의 로봇공학, 생물학, 양자물리학과 융합한 최신 기술들이다. 이들 3대 기술은 학교나 연구소의 이론과 실험 수준에 머물지 않고 이미 초기단계 상용화에 성공해 시장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를 3대 게임 체인저 기술로 꼽아 발표했고, 4대 과학기술원 중 하나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도 최근 이들 3가지 과학기술을 미래전략 연구 분야로 선정한 바 있다. 

 

물리지능(Physical AI)은 사람의 정신에 해당하는 AI에 체화된 육체를 부여하는 기술이다. 사람을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자동차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례이다. 앞으로 국방 분야의 무인 육해공 드론과 생산현장인 공장, 재난구조 등 공공안전 분야에서 위험한 작업을 대신할 로봇이 가장 우선적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지능은 AI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내부에 머물지 않고 바깥세상으로 진출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로써 인간과 AI의 협업 공간이 확장되고, 궁극적으로 로봇과 인간의 공존 사회가 열릴 것이다. 

 

물리지능은 AI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지능이 로봇 하드웨어의 물리적 실행 능력과 결합해 이뤄진다. AI가 패턴 인식-인지 및 판단-의사결정의 두뇌 노릇을 하면, 로봇은 센서로 현실세계와 교류하고 물리적 신체를 정밀 조작해 구동하며 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피지컬 AI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현실에서 직접 행동하는 지능체로 자리 잡는다. 유기적 생명체인 동식물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피지컬 AI라서 해서 AI 파운데이션 모델 등 기초 AI 기술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차의 1인자 테슬라가 옵티머스 휴머노이드로 인간형 보조로봇의 1위를 달리고 있음이 이를 보여준다. 자율차에서 획득한 데이터 처리 경험이 공유됨은 물론이다. 

 

생명지능은 바이오 연구와 사업을 완전히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한 AI 바이오 융합 기술을 말한다. DNA, 염색체, 세포, 조직, 장기 등 유기적인 생물의 생명활동의 동역학과 구조를 100%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한마디로 생명현상을 완전히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개인의 유전자, 생체신호, 대사, 면역 등 모든 생명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디지털 공간에서 나와 똑같은 생명체를 재현하면 개인맞춤형 의료가 가능해지고 인간 이해의 새로운 차원이 열린다. 만약 분자, 세포 단위의 세밀한 움직임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막대한 돈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1,2,3상 임상실험이나 신약 물질 발굴 등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또, AI의 예측 능력을 질병 발생 전 예방으로 활용하고 개인별 최적 치료법을 설계하는데도 쓰인다. 신약이나 수술의 부작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심지어 노화 과정도 정확하게 리모델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유전적 특성에 최적화한 약물을 따로 설계하는 개인 맞춤형 신약, 검강검진 데이터만으로 잠재 질환을 미리 아는 조기 진단 시스템, 환자별 해부학적 차이를 반영한 수술 시뮬레이션으로 정밀 수술 사전 계획이 가능해진다. 각자의 뇌 구조와 기능에 맞는 뇌질환 치료, 노화 패턴 분석과 맞춤형 안티에이징으로 늙지 않는 불노의 시대도 열릴 것이다. 국민보험 등 보건복지 통제도 정적인 단일규제가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식의 동적인 유연한 규제로 바뀐다.   

 

양자 지능은 양자 현상을 활용한 양자 컴퓨터, 양자 암호통신, 양자 센싱에 AI를 접목한 신기술 분야를 지칭한다. 양자과학 100주년을 맞는 올해 이론과 예측에 그치던 양자과학에서 금융업계나 의료계에서 실제 현장에 보급된 수십 큐비트 단위의 양자컴퓨터는 상용화 제품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다. 특히 단일 분자까지 감지할 수 있는 나노(nano) 스케일의 정밀 측정 퀀텀 센싱은 중력파를 탐지하는 등 새로운 분야에 쓰일 수 있다. 여기에 차원이 다르게 기하급수적 병렬 처리가 가능한 양자컴퓨팅은 조합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며 풀 수 없는 양자 암호통신의 길을 연다. 이를 모두 합친 양자 지능은 물질세계의 궁극적 이해와 초고속 처리능력을 가능케 할 것이다. 양자 시뮬레이션을 주요 산업에 응용하면 신약개발에서는 분자 상호작용을 예측하는데 걸리던 수년의 시간이 수일, 수시간으로 단축된다. 고효율 태양전지, 경량 고강도 구조물, 장수명 배터리, 효율적 촉매 등 신소재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이다. 양자 컴퓨팅은 2028년까지 알고리즘 안정화와 하이브리드 접근법이 실용화되면 2030년 이후 범용 양자 컴퓨터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리·생명·양자 3대 신지능에 국가의 명운이 달려있다. 지금 당장은 AI의 추월과 선두권 진입이 급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먹고살 미래는 위 3개 신기술이 좌우하게 된다. 기초에 약하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 3대 신지능에서 노벨상급 기초연구가 이뤄지고 산업화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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