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 재직한 한국기업 E사 전 대표가 체포된 이유

송창섭 / 2024-08-06 10:38:02
전 회사 대표, 6월 필리핀 경찰에 체포후 국내 압송
E사, 그래핀 회사 투자 150억 1년 반 만에 손실 처리
CB 콜옵션 실행 시기 그래핀 호재로 주가 이상 급등

지난 6월 23일(현지 시각) 필리핀 마닐라 아키노국제공항. 중국 상하이로 가는 여객기에 오르려던 한 한국인이 공항에서 필리핀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이는 'M&A 전문가'이자 현재 코스피상장사인 E사 전 대표 안 모 씨였다. 

 

이번 검거는 한국 검찰이 안 씨가 필리핀에 체류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외교 경로를 통해 필리핀 정부에 안 씨 출국 금지와 체포를 요청하면서 진행됐다. 체포 사유는 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인 것으로 보인다.

 

신병을 넘겨받은 검찰은 그를 지난달 19일 국내로 압송한 뒤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과거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여러 차례 기소된 전력이 있다. 

 

안 씨는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회사 대표로 재직했다. 현재는 사내이사에만 올라가 있다. 안 씨가 대표이던 시절 E사엔 세계적 투자 거물 짐 로저스가 사내이사로 있었다.

 

▲  A사 관련 그래픽. 왼쪽은 A사 주력 기술인 그래핀 입자. [뉴시스,pixabay] 

 

증권가에서는 2019년 6~8월 회사가 회삿돈 150억 원을 S사에 투자한 것을 주목한다. 차세대 핵심 소재인 그래핀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었다. 당시 E사는 "S사는 2년 전(2017년)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투자한 전도 유망한 회사"라고 홍보했다. 짐 로저스를 초청해 사업설명회도 열었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남북 관계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으며 정작 그래핀 기술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설명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E사는 1년 반 만인 2021년 S사에 투자한 150억 원을 모두 손실 처리했다. 사업보고서에 손실 처리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2019년부터 E사 사내이사로 있던 S사 대표는 비슷한 시기 E사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한 중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6일 "1년 반 만에 별다른 투자금 보전 장치 마련 없이 이같은 거액을 손실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것만으로도 배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손실 처리 이유를 묻는 KPI뉴스 질의에 E사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E사, S사는 정관계 출신들이 이끄는 기업이다. S 대표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부사장에는 전직 국무총리 J씨 아들이 재직했다. 또 다른 사내이사는 노무현재단 울산지역위 운영위원 출신이다. 안 씨도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위원장으로 있던 유엔(UN) 해비타트(HABITAT) 한국위원회에서도 활동하는 등 정관계 인맥이 넓다. 

 

증권가에서는 이보다 앞선 2018년 E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도 주목한다. 회사는 2018년 1월 세 차례에 걸쳐 총 220억 원, 4월엔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특히 콜 옵션(우선매수청구권) 조항이 특이하다. 이 조항에 따르면, 회사는 전환사채 발행일 1년~1년 6개월 후 사채 60%를 회사가 지정한 사람에게 팔게 설정했다. 매도인을 특정하는 것 역시 흔치 않다.

 

2019년 4월 주당 3400원이었던 주가는 그해 11월 1일 1만3250원까지 치솟았다. 반년 사이 주가가 4배 가량 뛴 것이다. 당시 호재는 그래핀(Graphene) 투자였다. 

 

시간대별로 정리하면 전환사채 발행 후, 콜 옵션 실행 시기에 맞춰 그래핀 투자로 인한 주가 상승이 이어진 셈이다. 이 모든 시기 회사 대표는 안 씨였다. 

 

만약 주가 상승기 이를 넘겨 받은 이들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판단된다.

 

E사 관계자는 "아직 검찰이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어떠한 자료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안 씨가 문제가 되는 것은 KH그룹 계열사 KH필룩스 감사로 재직했던 시절 있었던 일로 안다"고 설명했다. 

 

S사 부사장을 지낸 전 회사 임원은 당시 E사 투자 및 손실 처리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KPI뉴스 / 송창섭 탐사전문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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