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과 '공감의 룰' 통찰력 여전히 긴요
스테이블코인이 지구촌의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이번 주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 과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금융혁신 기대와 더불어 외환 부문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이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필자에게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슈는 애덤 스미스를 새삼 소환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 1776년)과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1759년)의 저자 애덤 스미스는 인간과 사회와 경제의 기본 문제에 대하여 총체적인 성찰을 하고자 노력한 사회경제철학자였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과 도덕감정론에서 말한 '공감(sympathy)의 룰'은 오늘날 자유시장경제와 정부의 역할로도 표현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을 중시하면서도 그것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감의 룰'이 필수불가결함을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은 분권화와 금융 포용이라는 기치 아래 즉각적 결제, 글로벌 접근성, 주류 금융(mainstream finance)의 금융중개(intermediation)로부터의 자유 등 일면 매혹적이며 세련된 인터페이스와 기술적 수사를 제공한다. 시장은 디지털 대전환의 물결 속에서 지급결제 및 국경을 넘는 거래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등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기대로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의 이러한 혁신 메커니즘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생태계를 존중하면서 그 편익을 모색해 나갈 당위가 있다고 하겠다.
한편으로 이러한 편익의 기대 이면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근본적으로 지니는 구조(architecture)와 책임(accountability) 사이의 불균형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상존함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권한은 분산시키지 않고 책임을 분산시키며 법적 의무를 해외 네트워크, 감사받지 않은 계약, 위험의 본질을 모호하게 하는 구조 등에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취약성은 의도적인 면이 있으며 규제 가능성 자체를 회피하도록 설계된 구조적 성격도 있다. 탈중앙화는 대중적 소유권이나 공평한 통제를 의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문제가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음을 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은 두 얼굴의 존재다. 스테이블코인 이슈를 다루는 우리 시대의 정책가(policy-makers)와 입법가(legislators), 그리고 시장운영가(market-players)에게 주어진 과제가 '보이지 않는 손', 시장의 혁신 메커니즘을 존중함과 함께 '공감의 룰'을 제대로 만들어나가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공감의 룰'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논의되고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한국의 외환 부문 안정성과 외환관리시스템에 구조적인 변화와 도전이 다가올 우려가 있음을 의미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혁신에 대한 기대를 키워나가되 외환 부문 안정성에 미치는 다각적인 파급 영향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외자 유출 가능성과의 관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환율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여러 잠재적 리스크 요인에 대해 정밀하게 짚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으로 기대하는 혁신의 이면에 존재할 수 있는 책임과 규제의 공백을 포말과 심해 흐름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갖고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요소는 정책의 내생적(endogenous) 질서다. 정책이 특정 이해관계집단의 선호 또는 특정 정치세력의 요구 등 외생적(exogenous) 요인에 의해서만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거울 이미지(mirror image)와 같은 존재가 아니며 정책 자체의 내생적 질서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의 정합성(coherence)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이유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외환시스템과의 정합성 제고 방안이 현실 적합성 있게 구현되어야 한다. 예컨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시 이를 대외지급수단 등으로 규정하고 외환관리시스템의 규율 체계를 스테이블코인에 적용하는 정책 정합성이 요청될 수 있다. 외환정책과 같은 공공정책(public policy)의 올바른 수립 필수성과 공공정책 전문가의 자율적, 독립적 역할이 긴요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국경간 이동시 예기치 못한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거래와 해외이전을 제한할 수 있는 긴급조치명령권 등은 정책의 정합성에 부합할 수 있다.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 안도걸 의원의 발의법안이 이와 같은 긴급조치명령권을 입법 의지에 반영하고 있는 점 또한 이에 부합하는 맥락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정책의 내생적 질서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정책 역량이 확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슈와 관련하여 정책당국이 조직으로서 지니는 지적 자산과 경험(institutional memory)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책당국의 지적 자산과 경험을 확충해 나감에 있어서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책의 내생적 질서가 작동하고 시장이 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
스테이블코인 이슈와 관련하여 간과하지 말아야 것중 하나가 대중 교육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관할권의 국별 분절과 글로벌 규제 협력 미흡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규제의 차이를 악용할 수 있다. 글로벌로 운영되지만 글로벌 책임은 미미할 수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방어의 최전선은 대중에게 두어져야 하며 교육은 대중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즉각적인 수단이다. 필요한 교육은 전통적인 금융 이해력 수준을 넘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 수준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의 역할은 이러한 대중 교육에 있어서도 긴요하다. 정치인의 본분은 세계관을 해석하고 정책의 의미와 시사점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교육가(educators)이자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중재자(moderators)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정부, 금융감독기구, 신뢰할 수 있는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고 기여하는 대중 교육 또한 필요하다.
이러한 대중 교육에 더하여 책임 있는 제도 설계를 본격 추진해야 한다. 제도 설계에서 법의 지배(rule of law)는 핵심이다. 법의 지배는 혁신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고 혁신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정책의 여명지대(zone of twilight)에 접근함에 있어서는 전문성의 지대(zone of expertise)가 발현되어야 한다. 유관기관(stakeholders)의 전문성이 이니셔티브를 쥐는 정책 거버넌스 설계가 긴요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대외지급수단 등 활용시 국경간 거래에 따른 해외불법송금, 자금세탁 등을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국경간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며 모니터링 결과를 외환정보집중기관인 중앙은행과 정부, 금융감독기구 등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루는 정책 거버넌스가 요청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비상상황에 대비한 긴급조치명령권 등의 실질적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하여 중앙은행, 정부, 금융감독기구의 상시적이고 긴밀한 협조체계 등 정책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공적 기관의 정책 거버넌스 재설계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생태계를 형성하는 사적 기관 거버넌스의 투명성과 책임성의 중요성을 아울러 조명할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이슈와 관련한 공적 기관과 사적 기관 모두에 요청되는 거버넌스 혁신이란 단순한 시스템 개선을 넘어 책임과 권한이 분명하게 배열되는 제도 설계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국제적 확장성을 위한 정책 방안 강구가 요청된다. 원화 국제화의 지평을 넓히는 레버리지로서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할, 원화 국제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상호보완적 관계 등을 통찰력 있게 살피며 글로벌 관점에서의 미래지향적 한국 외환정책을 모색해야 하겠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관한 정책 과제를 논의함에 있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정책과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사회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시기다.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과 '공감의 룰', 자유시장경제와 정부의 역할을 함께 돌아보는 애덤 스미스의 통찰력은 여전히 긴요하다.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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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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