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화이글스에 매달리는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박상준 / 2025-03-30 10:50:34

한국축구 간판스타인 손홍민이 소속된 토트넘홋스퍼의 연고지는 영국 런던 북부에 위치한 토트넘이다. 인구는 13만명으로 제천시와 비슷하지만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의 관중석은 6만2850석으로 런던을 연고지로한 프리미어 4개 구단 홈구장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시설도 근사하다.


▲청주야구장 한화이글스 경기모습.[청주시청 블로그 캡처]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때 처음 계약한 '시애틀 매리너스'의 연고지인 시애틀은 인구 73만 명으로 청주시 인구보다 적다. 하지만 홈구장인 T-모바일 파크의 수용인원은 4만7929석이다. 우기에 대비한 개폐식돔 시설도 있다.


인구 86만 명으로 2040년쯤이면 100만 명을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충북 청주시에겐 꿈 같은 시설이다.


최근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은 충청권을 연고로 한 한화이글스의 KBO리그 청주경기 패싱으로 지역사회에 반발여론이 들끓자 긴급 간담회를 갖고 청주 홈경기 배정을 촉구하는 한편 전용 야구장 건립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사회 반응은 싸늘하다. 청주권 인구에 비해 각종 경기장이 턱없이 열악하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역대 자치단체장들만 몰랐거나 모르는척 했을 뿐이다.


현재 청주 인구는 토트넘이나 시애틀보다 훨씬 많지만 야구장과 축구장 등 스포츠인프라는 놀라울 정도로 낙후돼 있다. 해당 지자체에선 하필이면 왜 축구와 야구의 광적인 팬들이 많은 영국과 미국의 도시와 비교하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전북 전주는 인구가 63만 명 남짓해 청주보다 20만 명 적지만 월드컵 축구경기장과 국제대회도 치를 수 있는 빙상경기장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1421억 원을 투입해 최신식 야구장과 육상경기장을 신축 중이다.


인근 천안 역시 '스카이 피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천안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축구 국가대표 A매치 경기도 종종 열릴만큼 준수한 시설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


청주 1인당 체육시설 면적이 2.4㎡로 인구나 면적이 비슷한 수원·고양·성남·용인·부천·전주 등 전국 도시 9곳 평균 3.84㎡보다 한참 못미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2021년 한국산업평가원 자료)


특히 청주에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국가대표 축구 경기 관람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경기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한화이글스가 올해 청주 경기를 배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지역 야구팬들의 분노지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충청을 연고지로한 프로팀으로선 무척 실망스런 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글스를 비난 할수도 없다. 야구장 시설이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이달 공식 개장한 한화생명볼파크가 오성급 호텔이라면 청주야구장은 비좁고 초라한 모텔수준이다.


한화생명볼파크는 '아시아최초'라는 수식어가 잔뜩 붙은 각종 첨단시설로 무장했다. 관중들을 위해 푸드코트와 인피니티풀도 있고 선수들을 위한 라커룸과 실내연습장은 메이저리그 못지않다. 홈팀인 이글스는 물론이고 원정팀들도 어디를 선호할 것인가는 묻지않아도 뻔하다.


이같은 현상은 역대 충북지사와 청주시장이 대체로 스포츠인프라에 무관심한 것도 있지만 선거를 의식해 오로지 금방 생색낼 수 있는 단기적인 성과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야구장과 축구장을 신축하는 것은 넓은 부지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것은 물론 부지선정도 만만치않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이러니 충북에서 대형 체육시설 신축은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요원하다.


김영환 지사는 긴급 간담회에서 "도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전용구장 건립과 프로구단 문제 등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방선거를 14개월 앞둔 시기에 이같은 발언은 '선거용'일 가능성이 높다.


마음이 급한 충북도는 조만간 한화그룹 임원진을 만나 청주경기 배정을 요청키로 했다. 한화측이 거절할지, 마지못해 응할지는 모르지만 사정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딱하다. 대체 언제까지 한화 눈치만 살피며 매달릴 것인가.


연고팀을 응원하는 경기장의 활화산같은 열기는 주민 유대감과 지역 정체성을 강화시키고 지역사회는 스포츠를 통해 활성화된다. 그래서 토트넘은 손홍민의 결승골에 들썩이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홈런에 열광하며 주민이 하나로 통합된다. 


다음 지방선거에선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 청주 인구 100만 명에 걸맞게 야구장, 축구장, 실내체육관 등 종합스포츠타운을 추진할 수 있는 비전과 뚝심을 갖춘 실용적인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후보라면 난 여야 막론하고 내 귀중한 한표를 기꺼이 행사하겠다.


KPI뉴스 / 박상준 충청본부장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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