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 책임회피·모르쇠 일관…향후 재판 등 주시해야
얼마 전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뒤늦은 장례가 있었다. 상급자의 성추행과 군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진 지 약 3년 2개월 만이다.
유가족은 책임자들이 처벌받기 전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장기간 수사와 재판을 지켜보며 건강이 나빠져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고인 아버지 이주완 씨는 장을 30cm 절단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어머니 박순정 씨가 실신한 횟수는 세기도 어렵다.
표면적으로는 군이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장례식은 공군 제15전투비행단 작전지원전대 전대장장(葬)으로 엄수됐다.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가해자 일부에 대한 처벌도 확정됐다. 1차 가해자 장 모 중사는 징역 8년 형, 핵심 증거를 조작한 변호사는 징역 2년을 받았다.
하지만 사건에 마침표가 찍힌 것으로 인식돼선 곤란하다. 피의자 8명 중 6명은 구체적인 추행 내용을 공유하거나 조리돌림·허위사실 유포 등 2차 가해를 저지른 혐의로 아직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장례 예우나 국방부 장관의 추모패가 무슨 소용이냐고 이 중사의 가족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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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故) 이예람 중사 봉안식에서 유가족이 고인의 유골함을 어루만지고 있다. [뉴시스] |
다음달 정 모 중령(당시 공군본부 공보계획담당) 2심 선고가 있다. 그는 "남편의 여자 문제로 얘(이 중사)가 되게 힘들어했대. 이거 딱 스토리 나오지 않아요?"라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흘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 당국의 수사 정보를 생중계하듯 빼돌린 양 모 군무원도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당시 중대장 김 모 대위(명예훼손 혐의)와 박 모 중위(직무유기 혐의), 대대장이었던 김 모 중령(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의 항소심도 있다.
3년간 매달 이 중사 재판을 참관했다. 피의자들이 진정성 있게 반성하는 걸 보지 못했다. 하나같이 형량을 낮추는 데 골몰할 뿐이었다. 부하 죽음에 자책하는 지휘관은 없었다. 이런 상급자들에게 둘러싸여 이 중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이주완 씨는 딸이 떠난 뒤 수염을 한번도 깎지 않았다. 진상이 규명되고 가해자 모두 죗값을 치르기전까진 그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단지 딸에 대한 애도의 의미만은 아니다. 더이상 같은 피해를 겪는 다른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사의 장례식은 끝났지만 '이예람 중사 사건'은 진행 중이다. 이 중사의 유가족도, 이 사건에 관심을 가졌던 국민들도 아직은 홀가분하지 않다. 남은 재판의 결과를 주시하고 앞으로 군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두가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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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환 기획취재팀 기자 |
KPI뉴스 / 정현환 기자 dondev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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