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개혁안 표류 장기화 염려…의개특위 위원 "늦어도 추진할 것"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실손의료보험 개혁'까지 표류하는 모습이다.
이달 중 예정돼 있던 일정들은 잇따라 취소됐고 향후 진행도 불투명해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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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2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 개혁 논의의 모든 단계가 줄줄이 멈춰선 상태다.
우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부터 중단됐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 포고령에 담긴 '미복귀 전공의 처단' 문구에 반발한 의료계 단체들이 논의에서 이탈하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서 실손보험 개혁안을 발표하려던 계획도 틀어졌다. 19일 열릴 예정이던 실손보험 개혁 의견수렴 공청회 역시 취소됐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일정이 연기됐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실무선 안팎에서는 "사실상 추진이 힘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국 의료개혁특위가 재가동돼야 다음 단계가 굴러갈 수 있는데 현재로서 의사단체가 다시 논의 테이블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부 의사단체는 이참에 실손보험 개편과 의대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실무자들도 의료개혁특위 재개 여부만 기다리는 모습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개혁안 추진 계획에 대해 "복지부 쪽에 문의하라"며 손을 뗀 모습이다. 금융위는 원래 이번을 끝으로 종료하려던 보험개혁회의 운영을 내년 초까지 연장했지만, 6차 회의 일정과 안건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지 않는 의료비(건급여의 본인 부담분이나 비급여)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약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동시에 과잉 진료를 부추겨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의료시스템 왜곡의 주된 원인으로도 지목돼 왔다. 과잉 진료로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면 손해율이 뛴다.
높은 실손보험 손해율로 시름하는 보험업계는 개혁안이 장기간 표류할까봐 우려한다. 올해 3월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5개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28.0%였다. 손해율이 100%를 넘겼다는 것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출보험금이 더 크다는 의미다.
적자의 주 원인은 비급여 보험금이다. 5개사의 올해 1∼5월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총 3조8443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2% 많았는데, 이 중 비급여 지급액이 57.4%(2조2058억 원)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비급여 이용과 이에 편승한 병·의원의 과잉진료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단순히 보험사들이 손해보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손해율이 상승하면 보험사들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실손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일부 비양심적인 가입자와 병·의원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다.
실손보험 가입자 A 씨는 "난 실손보험 가입 후 10년이 넘도록 1원도 청구한 적 없다"며 "그런데 매년 손해율이 높다는 뉴스가 나오고 보험료도 계속 오르니 무척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혁이 늦춰질수록 선량한 가입자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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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보험개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와 관련 실손보험 개혁이 결국 이뤄질 거란 기대도 있다. 의료개혁특위 위원인 신현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의료계와 협의를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며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정부가 개혁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가 나기 전까지 이미 많은 논의를 통해 의견이 모아져 현재 마무리를 하는 단계"라며 "물론 지금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정부의 의지가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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