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그게 아닌데' 조련사역 윤상화를 만나다

이성봉 / 2019-07-24 17:18:56


극단 청우(대표 김광보)가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 중인 연극 '그게 아닌데'는 2005년 벌어진 '동물원 코끼리 대 탈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창작극이다. 하나의 사건을 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담은 작품이다.


▲ 연극 '그게 아닌데' 포스터 이미지. 동물원 코끼리 대 탈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창작극이다. [극단 청우 제공]

100석이 채 되지 않는 극장에 무대에는 사각 테이블 하나가 달랑 놓여 있다. 이 단순한 무대에 5명이 오른다. 김광보 연출은 한 인터뷰에서 배우 중심으로 미니멀리즘을 표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로는 조련사로 등장하는 윤상화와 극단 청우의 대표 연기파 문경희, 강승민, 유성주, 그리고 지난해 합류한 한동규가 나선다. 그들은 조련사의 어머니, 동료·코끼리, 의사, 형사로 분해 소통 불능이라는 주제를 생동감 넘치게 펼친다.


▲ 조련사역에 윤상화(가운데)와 문경희(조련사 어머니역), 강승민(동료·코끼리), 유성주(의사), 그리고 지난해 합류한 한동규(형사)가 나선다. [극단 청우 제공] ·

이 연극 중심에 배우 윤상화가 있다. 그는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강렬한 연극적 에너지로 동화 같은 작품에 사실감을 불어 넣었다"라는 평을 받으며 2012년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연극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고등학교에서 불자(佛子) 동아리 활동 중에 시작했는데 그 기억이 아직껏 강하게 남아 있는 걸 보니 그때 막연히 연극이 좋았던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그를 만나 연극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연극배우 윤상화 [이성봉 기자]

-초연 뒤 7년이나 지났지만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은

"처음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낭독 공연으로 만들어졌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짧아 40분 정도였다. 그런데 반응이 달랐다. 매 순간 터지는 분위기여서 극단에서 정식으로 무대에 올리자고 결정했다. 이미경 작가도 원래 대본에서 정신과 의사와 어머니의 분량을 늘려 지금 작품으로 만들었다. 전체로 정치적 음모만 강조하는 데서 대화와 소통 등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하는 내용이 되었다."

▲ 윤상화는 아직도 처음 이 작품이 이렇게 관심을 받을지 예상 못 했다고 전한다. [이성봉 기자]

- 2012년도에 이 작품으로 연극계를 평정(?)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예상했던 것인가

"작은 소극장에서 고작 배우 5명이 70분 정도 하는 공연에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 극단이나 연출은 이번이 마지막 공연이라고 하는데, 좋은 작품의 공연이라면 계속해도 괜찮지 않을까

"초연에 참여했던 구성원이 거의 다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시간도 많이 흘렀고, 배우를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한다. 정작 초연이 강렬하면, 후배 배우들이 자유롭게 다른 것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게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 '그게 아닌데'는  초연 무대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대부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작품의 지명도가 올라가고 나서 초청 공연이나 큰 무대에 대한 요청이 있었으나 작은 공연장의 미니멀한 무대가 이 작품에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이번 공연까지 소극장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극단 청우 제공] 


- 다른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입대하기 전 마산에서 극단 활동하며 데뷔한 '에쿠우스'(앨런 역)를 비롯해 대부분의 작품이 다 좋았다. '당통의 죽음(213)'의 로베스피에르도 인상적이고, 국립극단에서 제작했던 '줄리어스 시저(2014)'도 그렇다. 극단 이와삼 장우재 대표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미국 아버지(2014)'도 저에게 인상적인 작품이다. 김은성 작가의 데뷔작 '시동라사(2010)'라는 작품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좋았다. 그러고 보니 다시 해 보고 싶기도 하다."


▲ 윤상화 배우는 고집스럽게 소극장 무대를 지켜가고 있는 배우 중 하나다. 인디 밴드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무대를 언제까지 지켜가고 싶다는 바램을 내비쳤다. [극단 청우 제공]

- 연극과 다른 장르의 연기를 비교한다면

"다른 장르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메커니즘 때문에 상당히 다르게 느낀다. 방송이나 영화와 달리 연극은 철학적이다. 확실히 순간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연기자와 관객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영화는 그런 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없다. 촬영하고 나서 한참 뒤에 상영이 되고 상영되는 순간에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 작품 선택은 주로 어떻게 하나

"김광보(극단 '청우'), 장우재(극단 '이와삼') 연출가와 작품을 같이 많이 했다. 1994년 극단 청우를 만들 때 망설임 없이 참여한 이래 25년을 함께 작업했다. 극단 이와삼도 창단 때부터 함께하고 있다. 두 연출가와 서로 잘 맞아 작업이 이어진 셈이다. 요즈음은 동인제 형식의 극단 개념이 거의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개인 활동을 하다가 작업이 생기면 극단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 소극장 연극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 윤상화. 50석 정도라도 작은 무대에서 꾸준히 공연을 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이성봉 기자]


- 최근에는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일정이 이어지고 있는데

"2010년부터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이 끝나면 11월 공연까지 약간 쉴 수 있다. 11월 초에 작년에 했던 2인극을 다시 올릴 예정이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개인적으로 소극장 연극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다. 50석 정도라도 작은 무대에서 꾸준히 공연을 하는 배우로 남고 싶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겐 연극만 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런 약속이 스스로에게 족쇄가 되어 몇 차례 방송 매체의 권유에도 고사한 적이 있다. 지금은 고집으로 생각하고 현실을 자각하고 있다고 여긴다. 앞으로 방송이든 영화든 제안이 오면 받아들일 생각인데, 아직은 없다." 

- 공연이 없을 때는 무엇을 하며 쉬는지

"개인적으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그게 아닌데' 공연 안내 책자에 직접 그린 코끼리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표현주의 작가 마크 로스코를 모델로 한 연극 '레드'에 끌려 대본을 본 적도 있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1~2명 정도 조촐하게 산에 다닌다."


▲ 연극 '그게 아닌데'는 소통의 단절로 코끼리처럼 변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렸다. [극단 청우 제공]

- 연극 '그게 아닌데'는

2012년 공연된 작품으로 작가(이미경), 연출(김광보), 배우(윤상화)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2011년 제14회 신작 희곡 페스티벌에 당선(이미경)되었고, 2012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 연출상(김광보), 연기상(윤상화)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2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대상, 연출상(김광보), 연기상(윤상화)을 받았다. 2012 한국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2012 월간한국 연극 올해의 연극 베스트7에 각각 선정되었다. 100석도 채 안 되는 소극장에서 만들어진 연극이 그해 전체 연극계를 흔든 작품이 되었다. 오는 28일까지 대학로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한다.


K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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