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에 몰아치는 베트남 축구 열풍

김병윤 / 2018-08-22 10:15:2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성적이 발전의 분수령
선수들의 순수성, 팬들의 열정 긍정 요인
낙후된 인프라 등 부정적 요인도 많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 출전한 베트남대표팀이 관심을 끌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1월 AFC 23세 이하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건국이래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 대회 준우승을 계기로 베트남에는 축구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베트남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에 예상밖의 승리를 거두고 조 1위로 예선을 가볍게 통과했다.

 

휴가차 잠시 한국을 방문한 정해성(호앙 안잘라이 프로팀 기술총감독)을 통해 베트남축구의 현실을 알아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 베트남 프로축구 호앙 안잘라이의 정해성 기술총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 [호앙 안잘라이 제공]

 

베트남에서는 축구가 국기라 해도 아쉬움이 없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기간동안 거리에 사람이 없었을 정도였다. 베트남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음에도 축구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베트남 프로리그인 V리그에는 1부 14팀, 2부 10팀이 있다. 프로팀으로만 따지면 우리보다 2팀이 많다. V리그도 승강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하위인 14위 한 팀만 2부로 떨어졌다.

 

올해부터는 최하위 팀은 자동탈락이고 13위팀이 2부리그 2위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강여부를 결정짓는다. V리그 선수들의 기량은 한국의 슈퍼리그 초창기인 83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베트남은 아직 프로리그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의식이나 구단운영 시스템이 매우 미흡하죠. 구단사무실 조차 없는 팀이 많습니다. 베트남 축구가 더 발전하려면 선수들의 음식문화부터 바꿔야 합니다. 프로라는 선수들이 아침부터 라면이나 쌀국수를 먹고 있어요. 빵을 먹는데 우유는 안마셔요" (정해성 호앙 안잘라이 기술총감독)

 

정해성 감독은 취임 후 한국국가대표팀 닥터였던 최주영 씨를 초청해 라면의 유해성을 설명하고 소속팀 선수들의 식단을 바꾸기도 했다. 정해성 감독은 선수들의 체질변화를 위해 한달에 2번씩 자비로 한국식당에서 고기를 먹여주고 있다며 웃음을 짓는다.

 

정해성 감독의 이런 정성으로 호앙 안잘라이 선수들은 그동안 멀리했던 육식을 이제는 즐기고 있다. 베트남 선수들의 이런 식생활 습관은 국제무대에서 체력과 체격적으로 많이 떨어져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AP 뉴시스]

 

정해성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는 대표팀은 그야말로 베트남 축구의 황금세대라 평가하고 있다. 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 축구계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따랐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 23세 이하 선수들은 전국에서 선발된 10~11살 어린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한 인재들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축구의 장래가 이 선수들에게 달려있다고 한다. 이 선수들이 성인무대에 데뷔하는 내년부터 2~3년동안 잘 키우면 베트남축구는 최소한 동남아권에서는 강자로 자리잡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반면에 이들이 성인무대에서 주저앉을 경우 베트남 축구의 지난 영광은 잠시 반짝였던 신기루에 머물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성인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의 수준차는 예상밖으로 크기 때문이다.

 

베트남축구의 또 다른 고민은 올해 뛰어난 활약을 펼친 23세 이하 선수들을 받쳐줄 재목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축구인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의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전문가들의 기대를 받고있는 베트남 23세 이하 팀에게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23세 이하 대표 중 많은 선수들이 팀과 10여년 정도의 노예계약을 맺고 있는 점이다. 이런 계약에 선수들이 계약의 불법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선수들의 불만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현재 베트남 프로축구 선수들의 연봉은 예상보다 적다. 베트남 프로축구팀 최고 부자구단인 하노이FC의 경우 최고대우를 받는 일부 국가대표급 선수 월급이 1만~1만 5천 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하노이FC 등 몇몇 부자구단을 제외하면 나머지 팀들의 대우는 선수들이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표급 선수들의 연봉이 3천만 원이고 최하연봉은 6백만 원에 머물고 있다. 물론 베트남 물가로 따지면 적은 금액이라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프로선수에게는 걸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축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은 또 있다. 구단주의 독점화 현상이다. 하노이FC 구단주는 1부리그 5팀을 소유하고 있다. 이런 기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축구후진국에서 종종 발생하는 순위조작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축구의 발전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은 도박의 심각성이다. 베트남은 일반 팬은 물론 선수들 마저도 음성적으로 도박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표팀 후보에 선발된 선수가 지난 러시아월드컵때 승부 알아 맞추기 도박에 관여돼 현재까지 행방불명된 상태다.

 

이런 불안요소에도 베트남축구의 희망적 요소는 열성적인 팬들의 성원이다. 베트남 축구리그 평균관중은 1만 명을 넘고 있다. 열악한 경기장 시설과 불편한 교통시설에도 관중들은 구름처럼 축구장으로 몰려든다. 그들에게는 축구장이 놀이터고 사랑방인 셈이다. 베트남 국민들에게는 축구가 바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V리그의 전망이 밝은 면도 있습니다. 가장 희망적인 요소는 선수들이 순수해서 배우려 하는 자세가 진지해요. 훌륭한 외국지도자와 좋은 시설만 확보되면 기량발전을 빨리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트남 경기장의 잔디는 대부분이 미끈미끈한 떡잔디에요.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양잔디가 2곳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비록 23세 이하 대회지만 국제대회 준우승을 한 것은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수준있는 팀과 연습경기를 하기도 힘들어요. 이런 어려움도 극복해야 될 문제입니다. 저희 팀도 올 겨울에는 연습상대를 찾아 제주도로 훈련올 계획입니다" (정해성 호앙 안잘라이 프로팀 기술총감독)

 

결국 베트남 축구의 장래는 지난 1월 AFC 23세 이하 축구대회 준우승의 기적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어가 팬들의 사랑을 계속 받느냐 하는 것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K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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