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배로 집권한 트럼프, 다시 역설적 경제 지배
韓경제성장 낮아질 전망, 정부 종합정책 시각 절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은 경제다. 그 경제 지배력이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경제 지지율은 올해 2월 42%에서 8월 37%로 하락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평균 경제 지지율인 52%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고 트럼프의 경제정책 지지율은 34%에 그쳤다. 지난해 가을 바이든을 짓누르던 불안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3%는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는 미 대선 직전 바이든이 고전하던 2024년 10월의 62%보다도 1%포인트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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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클 AI로 생성한 관련 이미지. |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을 맹비난했고 높은 생활비에 대한 비판에 앞장섰지만 이제 관세가 물가에 압력을 가함에 따라 가구, 가전제품, 의류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번 여름 동안 인플레이션 주요 지표가 상승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3% 내외에서 20% 내외로 상승했다. 이는 미 소비자들이 수입(imports)에서 얻는 편익이 줄어들고 있음을 뜻한다. 트럼프가 쏘아 올린 관세전쟁에서 과연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 것인가. 인플레이션과 아울러 최근의 부진한 일자리 지표는 트럼프에게 예상보다 빨리 정치적 위기가 다가올 개연성마저 보여준다. 경제의 지배(rule of economy)로 집권한 트럼프가 다시 경제의 지배를 역설적으로 받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경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정책의 영향이 점차 커지면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성장세는 완만하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관세의 부정적 영향은 이어지겠으나 기업투자 촉진 정책 등에 힘입어 성장의 흐름은 올해보다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미국 경제전망 경로에서 그나마 트럼프의 기업 친화 정책 확대 등은 상방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미 관세정책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와 내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는 미 관세에 따른 타격이 큰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낮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고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낮추었다. 그러나 높은 수출의존도로 인해 직접적인 대미 수출뿐 아니라 여타국으로의 중간재 수출도 영향을 받으면서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관세 협상으로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되는 관세는 일본, 유럽연합과 동일한 15%가 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2012년 3월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누려왔던 무관세 혜택을 상실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2.5%의 관세를 적용받던 일본, 유럽연합 등 대미 수출 경쟁국에 대한 비교우위도 사라지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24년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물량 기준의 절반을 넘어서는 제1의 수출시장인 만큼 이러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 대미 수출에 하방 리스크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대내외 경제 여건과 전망 속에서 출범 3개월이 지난 국민주권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이데올로기나 이념적 대립을 버리고 더욱 실용주의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다. 한국은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이분법 사회이지만 그런 구분의 이념적 경제정책은 배격되어야 한다. 국민은 이분법적 선택의 경제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 국익 중심 실용주의는 공감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이다. 역사학자 노르베르그가 저서 '피크 휴먼(Peak Human: What We Can Learn from the Rise and Fall of Golden Ages)'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우리 앞에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다. 현재 그 선택지는 많지 않다.
최우선적으로 성장 전략 전환이 긴요하다. 미·중이 주도권을 겨루는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생태계에서 한국이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하는 민관 협력 스퍼트가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자유시장주의적, 기업가적 혁신의 창달을 기하는 가운데 정부의 역할과 인센티브 촉진이 요청된다. 첨단 산업 육성에 역량을 모아야 할 시기다. 글로벌 첨단기술 생태계에 적시성 있게 참여하는 창의적 도전과 혁신 노력이 요청된다. 혁신을 향한 기업 및 정부 문화를 창달하며 기술과 교육 투자에 힘을 쏟아야 한다. 성장 전략의 전환을 위한 과학기술정책, 교육정책, 사회문화정책, 경제정책 등을 포괄적으로 추진하는 종합적 정책 시각(holistic policy perspectives)이 절실하다.
미국 델라웨어 주는 기업활동의 메카로서 위상을 확고히 해온 곳이다. 기업경영에 가장 유리한 제도를 갖춘 주로 평가받아 온 덕분이다. 그 델라웨어가 1년 넘게 '덱시트(Dexit)' 현상과 직면하고 있다. 기업들이 델라웨어를 떠나는 현상이다. 델라웨어가 기업에 적대적인 곳이 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 델라웨어 주에서마저 기업들이 떠나고 있는 시점에 한국에서 경영자의 경영판단을 처벌하는 배임죄의 개선 필요성을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제기했다.
이 대통령이 시의성 있게 지적한 대로 경영판단 문제에 배임죄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기업가정신이 위축될 우려가 컸다. 경영자 배임죄의 법제 개혁과 경영판단 존중은 기업가정신 창달을 위한 제도변화의 출발점이다. 기업가의 경영판단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일관성 있게 앞장서며 입법부가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 정치의 극한적 당파주의(vicious partisanship)가 기업가정신 창달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기업들이 신축적, 종합적 경영판단을 할 수 있는 제도변화가 긴요하다. 미 델라웨어가 구가했던 명성에 못지않은 친기업(pro-business)의 명성을 한국에 쌓는 데 국민주권정부가 매진해야 한다.
국민주권정부가 또 다른 정치적 불확실성을 야기하지 않아야 하며 예측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추진해야 함은 당연한 책무다. 그래서 다수 의석을 갖고 있더라도 사회적 합의 내지 컨센서스가 부족한 정책은 지양해야 하겠다. 국민주권정부답게 안전, 생명, 건강, 인권 등 휴먼 시큐리티를 중시하면서 인간의 얼굴을 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2025년 한여름이 결국 경제의 지배 트럼프에게 정점이 될 수 있음을 각국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불과 얼마 전 경제의 지배로 승부를 가른 미 대선의 교훈을 트럼프는 벌써 잊은 듯하다. 놀랄 만큼 충성스럽던 트럼프 지지자들도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가 돈의 관점에서 실생활에 실망스럽게 다가오자 태도가 바뀌고 있다. 지지자들의 충성은 경제의 지배에서 다시 판가름 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를 평가하는 유권자의 눈은 각국의 정치·정책(politics)에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하다. 경제의 지배 정점을 지난 트럼프가 각국 정부에, 그리고 국민주권정부에도 던지고 있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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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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