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과 익숙함 사이'…서양화가 이재옥의 예술세계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 2023-10-17 16:04:11
서양화가 이재옥 특별초대전 ‘SPILLOVER’
‘선물·컵·블루·탠저린드림·Apple No5’ 등 연작 20여점
18~24일 롯데월드타워1층 ‘어바웃프로젝트라운지’
▲ 서양화가 이재옥 [Sims Green, 세이아트(SayArt)]

 

한국적인 ‘소프트리얼리즘’을 선보이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26년차 중견 서양 화가 이재옥의 특별초대전 ‘SPILLOVER’이 농익은 가을 국내 미술애호가들을 유혹한다.


이번 전시엔 5~10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선물시리즈(Present·Out of Box)를 비롯해 컵시리즈(Color·Heineken·Smile·Snoopy·Heart), 블루,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 Apple No5 등 그의 최근 수작 20여 점이 관객을 맞는다.
 

▲ 이재옥, present_Acrylic on canvas_2023_80.3x80.3cm(40호) [Sims Green, 세이아트(SayArt)]

 

우선 주연급인 ‘선물과 컵시리즈’는 서로 비견된다. 하나는 무엇이 있을지 모를 박스 안에서부터, 다른 하나는 속을 꽉 채워 차고 넘치는 컵의 외부에서부터 철학적 화두를 시작한다. 기존과 달리 원형 캔버스에 작업한 ‘Apple N05’도 지나칠 수 없다. 원의 완벽함 위에 부차적인 것을 완전히 제거한 이 작품은 새로운 진화와 변화를 갈망하는 작가의 ‘숨 고름’이 있다.

 

작가는 이번 특별전을 위해 올 한해 충남 계룡에서 두문불출했다고 한다. 작업 시간대를 낮으로 옮기며 ‘루틴한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태양 아래서 작업을 하니 캔버스 위 색상들도 더 선명해지고 명쾌해져 좋았다. 한해 빼곡한 노력의 결실을 관객과 나누게 기쁘다”며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렇기에 그의 이번 특별전은 가을 추수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작가의 풍성한 상차림에 관객은 어떤 관전 포인트가 필요할까.

보통 비평가들은 미술 작품을 볼 때 ‘낯섦(Unfamiliar)’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낯설다는 것은 독특하다는 것이고 독특하다는 것은 독창성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실 일반 관객은 보통 난해한 낯섦 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한다. 더러 포스트모더니즘 작품류나 난해한 추상화 작품이 관객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관객의 익숙함만을 무작정 쫓다 보면 자칫 아류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니 꼭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독창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낯섦만을 추구하면 종종 공연한 객기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작가의 지난한 철학적 사유나 작품 활동을 위한 흔적이나 궤적은 거장을 만드는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 이재옥, Apple no.5_oil on canvas_2021_60x60cm(20호) [Sims Green, 세이아트(SayArt)]

 

작가는 결국 관객과 호흡하기 위해 자신의 작품 속에서 ‘친구와 연인 사이’ 같은 ‘낯섦과 익숨함 사이’라는 절묘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이재옥의 작품은 그런 아슬아슬함이 있어 관객의 눈길을 받는다. 일견 표면상에 드러나는 주제나 색상은 친숙함이지만 도처에 깔아놓은 이 작가의 낯선 도발은 한순간 유연한 독창성으로 관객을 포섭한다.

여기에 그의 작품 감상을 위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 우선 그의 원색은 세계 거장들인 ‘마크로스크나 리히터’의 강렬한 친숙함이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들과 완전히 다르다. 색상 자체도 그렇고 그들과 달리 한 캔버스에 모든 원색의 총동원령을 내리는 이 작가의 과감함은 아예 도발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묘한 점은 이런 여러 원색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저마다 역할을 부르짖으며 어우러진다. 이는 관객에게 낯섦으로 다가온다. 마치 최근 수년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K-Drama나 K-Movie에서 여러 인물이 등장하더라도 이들이 저마다 독특하고 치명적인 역할로 작품 전체의 재미를 높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남들이 보기 좋으면 나도 좋다”는 가벼운 말로 복잡한 설명을 피했다.

▲ 이재옥, Heart_Acylic on canvas_2023_60.6x60.6cm(20호) [Sims Green, 세이아트(SayArt)]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그가 표현하는 ‘물성’이다. 물성은 재료의 성질을 말한다. 캔버스에 넘쳐흐르는 유연한 ‘물성’ 표현은 사유의 측면에서 여러 화두를 던지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원색과 어우러진 물성 표현은 2차원 캔버스에 존재하지만 3차원 입체로 부각된다. 진공처럼 느껴지는 캔버스 안에 그려진 대상이니 오히려 4차원이라 해도 무방하다. 시간을 초월한 이런 육감적인 입체감은 관객에게 돌연 ‘만지고싶다’는 1차원적인 촉지적 충동을 불러온다. 그렇다고 캔버스 표면엔 특별히 ‘마띠에르(질감)’나 ‘부조(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 따위를 도드라지게 새기는 것)’ 방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치 물러선 관객을 향해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와 달려드는 입체감은 원시적 본능에 닫힌 관객의 목덜미를 다시 부여잡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 협박하는 듯하다.

이 외에도 이 작가는 또 다른 장치를 작품 속에 숨겨놓았을 수도 있다. 그의 작품이 친숙하지만 낯선 이유다. 이 작가가 숨겨놓은 또 다른 장치를 찾는 것도 이번 전시의 묘미 가운데 하나다.

▲ 이재옥, Tangerine dream_Oil on canvas_2009_116.8x91cm(50호) [Sims Green, 세이아트(SayArt)]

 

사실 작가의 작품은 구상화다. 하지만 이는 그저 표면적인 이유다. 오히려 여러 작품 속에 서서히 베일이 벗겨지는 본질은 추상화의 호흡을 따르고 있다. 구상이든 추상이든 그의 작품이 던지는 여러 화두는 보는 사람에 따라 자신이 처한 여러 상황과 맞물려 또 다른 사유로 흘러넘칠 수 있다. 작가의 선물 상자엔 자신만의 비밀을 감출 수 있다. 혹은 포장끈을 풀어 속에 오랜 시간 갇힌 카르마를 세상 밖으로 튕겨낼 수도 있다. 관객의 삶의 궤적에 따라 달리 익힐 수 있다.

이 작가는 이런 작품의 해석에 대해 "다 말할 수 있다면 예술이 아니다.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든 관객의 몫일 수이다"고 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라는 얘기다.

 

20대인 이유리 큐레이터는 13일 개인 의견을 전제로 “작품 선물은 상자 속 빈 곳에 대한, 컵시리즈는 넘치는 그 무엇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해석은 천양지차지만 두 시리즈는 친절한 연애와 반대 개념의 연애로 치환할 수도 있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 다양한 관점에서 본다면 또 다른 관람의 재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 놓지 않는 끈이 있는 듯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나 혹은 오래된 유행가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라는 노랫말처럼 자신의 고된 수행이 누군가에겐 선물이길 바라는 눈치다.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하지만 그의 작가 노트엔 “~선물이나 컵의 넘침은 오히려 나의 오랜 고독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천고마비 계절에 열리는 이재옥의 특별초대전 ‘SPILLOVER’는 ‘넘쳐흐르는 것’, ‘사랑하는 자’라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 이재옥, Heineken_oil on canvas_2022_24.2x33.4cm [Sims Green, 세이아트(SayArt)]

 

서양화가 이재옥이 선물하는 전시 ‘SPILLOVER’은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롯데월드타워1층 ‘어바웃프로젝트라운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기획과 주관은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비롯, ‘발달장애 특별전 (드림어빌리티 Dreamability·ACEP 2022 붓으로 틀을 깨다)’ 등으로 세간의 화제가 뿌린 비채아트뮤지엄(대표 전수미)이 준비했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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