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한 당·청관계…지지율 60% 대통령 말도 안 듣는 與대표

허범구 기자 / 2026-02-06 16:42:53
李 "요새 집값 때문에 힘들다…정치가 문제 해결해야"
당, 민생과 무관한 권력투쟁…鄭, 합당 제안 원인 제공
李 주문한 보완수사권도 반영 안돼…강경파 반발 의식
文·尹정권 당청관계, 수직적…鄭은 당심 믿고 마이웨이

더불어민주당은 6일에도 합당 문제로 시끄러웠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일정이 담긴 내부 문건이 이날 언론에 공개돼 반대파 목소리가 컸다. 

 

문건엔 조국당 측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 등이 있어 '밀약설'을 부채질했다. 친명계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강득구 최고위원은 "문건이 사실이라면 밀약한 것"이라며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답정너' 합당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거들었다.


정청래 대표는 "모르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조승래 사무총장에게 문건 유출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 조 사무총장은 취재진에게 "제가 실무자와 상의해 문건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상당수 의원들의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합당을 밀어붙이고 있다. "당 운명은 당원이 결정한다"며 당원투표 카드를 빼들고 정면돌파 중이다. 이날 중진들과 만나 설득하는 등 선수별 간담회도 병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달 말 전 당원 투표에서 합당 찬성 과반이 나오면 전당원대회 또는 중앙위 의결을 통해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친명계 의원들이 거세게 저항하는 건 기득권을 가진 주류 입지가 합당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권파인 친청계가 조국당 내 친문계 지원을 받고 당권을 강화하려 한다는 게 친명계 시각이다. '연임·대권을 노리는 정청래·조국 공조 시나리오' 배경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왜 선거 앞두고 엄청난 분란이 있는 합당을 우기냐"며 "그러니 이상한 의심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직적'인 비토 모양새는 '이심'(이재명 대통령)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류 측 아우성이 이심에 반한다면 청와대의 '스톱 사인'이 하달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 만큼 정 대표의 합당 행보는 '자기 정치'로 보인다. 지방선거 승리와 차기 전당대회 연임을 통한 당권 강화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권리당원을 떠받드는 건 자신의 선택을 관철시키는 현실적 힘이기 때문이다. 핵심 지지층을 바라보며 당심만 좇는 강경 노선으로 일관하는 이유다. 이 대통령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실용·통합을 앞세우며 중도층을 포용하는 국정 운영을 해왔다. 정책·인사에 대한 보수색 반영을 잇달아 시도했다.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유지한 건 일례다.

 

검찰개혁에 대한 유연성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들며 "보완수사가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정청래 지도부는 그러나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 주문과 반대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남겨주지 않기로 했다.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 반발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날 "요구권을 준다는 건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뜻"이라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며칠째 부동산 투기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집권당은 민생과 동떨어진 권력투쟁에 골몰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 원인을 정 대표가 제공했다. 마뜩잖은 대통령 표정이 그려진다. 

 

 대통령은 창원에서 열린 '경남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제가 요새 집값 때문에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저항 강도가 만만치 않다"며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역대 정권마다 청와대와 여당은 정도 차이는 있으나 통상 '수직적' 관계를 보여왔다.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행사했고 여당 지도부는 입법으로 뒷받침했다. 특히 취임 초 지지율이 고공비행하는 대통령 권력은 서슬이 퍼럴 정도로 강력했다. 

 

윤석열 정권은 수직적 당청관계가 절정이었다. 윤핵관 한 명은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멀쩡한 당대표(이준석)를 내쫓는 게 어렵지 않았다. 지지율 1% 인사(김기현)를 대표로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계파(친윤)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강성 당원들이 지지를 보냈다. 그렇게 뽑힌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에 꼼짝 못 하는 '을'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청와대가 '갑'이었고 친문계가 득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문빠'가 든든한 아군이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 노선에 비판적인 의원들에게 문자폭탄, 항의전화 등을 해대며 '순종'을 압박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 기대 국정을 운영했고 재임 기간 지지율이 50%대 초반이었다.

 

전례에 비치면 "지금 당청관계는 좀 생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민심이 중요하다. 정 대표는 그런 대통령보다 당심을 더 믿고 마이웨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3∼5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에 따르면 이 대통령 지지율은 58%였다. 전주 60%였는데 2%포인트(p) 내렸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전날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 2~4일 전국 유권자 1003명 대상)에선 63%였다.

 

갤럽 조사 결과 정 대표는 역할 수행 평가에서 긍정 38%, 부정 45%를 얻었다. 긍정 평가는 지난해 8월 조사 대비 5%p 떨어졌다. "민주당은 조국당과의 합당 건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갤럽은 짚었다. 정 대표 책임이 크다.

 

갤럽 조사와 NBS는 전화조사원 면접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각각 12.2%, 15.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허범구 기자

허범구 / 정치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