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민지혁, '오디션 비용' 용기 낸 2가지 이유

홍종선 / 2018-09-03 07:50:49
민지혁 "후배들 피해 막고 제작사 사칭이라면 알리고 싶었을 뿐"
누리꾼 "차비는 못줄 망정 벼룩의 간을 내 먹어라"
제작사 대표 "오디션 비용 받는 경우 결코 없다…일종의 사기"

배우 민지혁이 영화 ‘님의 침묵’이 오디션 비용을 배우들에게 떠넘긴 사실을 알렸다. 

 

▲ 영화 오디션 비용에 문제를 제기한 배우 민지혁


지난 1일 새벽 민지혁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안녕하세요. 배우 민지혁입니다. 이 사진으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너무한 듯하여 많은 분들께 공개 겸 의견을 들으려 (사진을) 올립니다”라며 문제의 문자 내용을 캡처해 게재했다.

해당 사진에는 영화 ‘님의 침묵’ 1차 서류합격을 통보하는 문자 내용이 담겨있다. 1차 합격한 배우들은 오디션 비용으로 1만 원을 지불해야하며 이는 간식, 음료, 서류발송, 청소비 등으로 이용된다고 언급되어 있다. 

 

▲ 영화 '님의 침묵' 측에서 보낸 문자. [민지혁 SNS캡처]


민지혁은 “이 문자는 프로필 투어를 열심히 하는 배우 동생에게 받은 것”이라고 출처를 밝히며 “요즘 영화 프로필 40~50개 돌려서 겨우 1~2개의 오디션을 보는 실정이다. 오디션을 본다고 다 작품을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아이러니한 상황을 짚었다.

오디션 1차 합격자들이 작품 출연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1만 원의 오디션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

민지혁은 “시간이 지나 오디션 금액을 1만 원에서 5천 원으로 낮추었다. (본인들이) 생각해도 너무해서인지 아니면 선심을 쓰는 건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민지혁이 공개한 문자는 오디션 비용이 1만 원(오후 5시경)에서 당일 납부 5천 원(오후 8시)으로 인하되었다.

민지혁은 “단돈 1만 원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1년에 300~400만 원도 못 버는 배우들이 많다. 오디션이라도 봐야 기회를 가지는 이들에게 꼭 그렇게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한가?”라고 지적했다.

SNS 글을 보면, 오디션 비용을 배우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연기 열정을 이어가는 많은 배우들로서는 기회를 얻고자 시도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러운지에 대한 심정이 절절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민지혁은 왜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게 된 것일까.

지난 2일 민지혁은 UPI뉴스에 용기를 낸 2가지 배경을 밝혔다. 배우로서 더 많은 쓰임을 받고자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동료배우들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오디션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했으며, 혹시 제작사를 사칭한 자들의 행태라면 진실을 알려 더 많은 배우들이 받게 될지 모르는 피해를 막고 영화 ‘님의 침묵’을 제작하는 진짜 제작사가 따로 있다면 그들 또한 사기를 당해선 안 되겠다는 마음에서 글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문제제기를 하면 어느 쪽으로든 잘못이 바로잡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단다.

“제 주위 배우 동생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흘러가는(오디션 비용을 요구하는) 작품이 있는데, 이건 아니니까 피해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의도가 첫째였고요. 또 반대로, 괜히 작품(‘님의 침묵’)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이용하는 건 아닌가? 그래서 영화를 실제로 진행하는 제작자들도 알게 되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조금은 황당한 사안이라서 제대로 다잡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그렇게라도 해당 영화 관계자가 알고 (오디션 비용을 받는 상황이) 시정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SNS에 글을 쓰게 됐습니다.”

민지혁의 폭로에 네티즌들 역시 공분하고 있다. 배우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민지혁의 용기에 응원을 보내는 목소리와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 한다”는 분노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채용을 실시하는 회사에서 면접비용을 주는 경우가 많듯 차비를 주지는 못할망정 되레 돈을 받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150억원 대작이라는 ‘님의 침묵’이 실제로 제작된다 해도 볼 마음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진짜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진짜 갑질”(아이디 leej****)이라고 말했고, “차비를 주지 못할망정 만 원을 받다니.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아이디 chi3****), “하늘에서 한용운 선생이 노할 일”(아이디 hld****), “지원자가 8000명인데 지원비를 받겠다는 건 무슨 말인가? 배고픈 지망생들의 돈을 뜯어 돈 벌겠다는 심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아이디 pean****)고 영화사 측의 갑질에 일침을 가했다.

또 “오디션의 본질이 무엇인가? 오디션, 면접을 보러 오면 오히려 차비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 영화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다. 한심하다”(아이디 hele****), “영화 내용은 정의로우면서 만드는 사람들은 양아치 같다. 웃기지 않나?”(아이디 qufg****)며 영화 ‘님의 침묵’ 불매에 대한 의견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배우 민지혁의 용기 있는 폭로와 소신 발언에 대한 지지도 이어졌다. “용기 있는 발언 응원한다”(아이디 only****), “응원합니다. 이 글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아이디 rals****) 등의 반응과 “용기 있는 발언이지만 이로 인해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도 당신의 용기 있는 발언에 박수를 보낸다”(아이디 syre****)는 염려를 보내기도 했다.

대중이 걱정하는 민지혁의 피해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꾸준히 발굴, 흥행작들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는 제작사 대표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취재했다. 이 대표는 “오디션 비용을 받는 제작사는 결코 없다. 일반적 행태가 아니다”라고 못을 박으면서 “제작사를 사칭한 게 아니더라도 오디션 비용을 받는 자체가 일종의 사기다. 당연히 제작비로 치러져야 하는 게 오디션인데 참가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들어본 적 없는 일이다”라고 확인했다. 또 “잘못된 행태는 널리 알려져야 한다. 건전한 제작환경을 의도한 건데 용기를 낸 배우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지혁은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로 데뷔해 최근 ‘가려진 시간’, ‘신과함께-인과 연’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오랜 무명생활에도 꾸준히 건강한 정신과 몸, 연기에 필요할 수 있는 다양한 기본기들을 다지며 생업에 힘쓰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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