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당한 119...중증 환자 단순 주취자 판단 "환자 사망할 뻔"

강기성 기자 / 2025-09-02 10:31:55
서울 서초소방서 119구급대원들 '단순 주취자' 판단 착오
귀가 조치 후 상태 심각해져 이송…대학병원서 2차례 수술
병원 관계자 "조금만 더 늦었어도 환자 뇌출혈로 사망할 뻔"
서울소방재난본부 "시간 지나 의식 찾는 듯 보여 이송 안해"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서초소방서가 뇌출혈 및 안면 안와골절에 실명까지 된 환자를 단순 타박상에 술 취한 주취자로 판단해 병원 이송을 하지 않아, 환자가 자칫 사망할 뻔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 서울소방재난본부 전경. [KPI뉴스 DB]

 

2일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새벽 3시 17분 112 상황실에 서울 교대역 인근에서 다친 여성 한 명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직후 경찰은 119 소방에 협조를 요청했다.

 

곧이어 현장에 도착한 서울 서초소방서 관할 구급센터 소속 구급대원 3명은 A(26) 씨의 상태를 살펴본 뒤 경찰에 '단순 주취자'로 설명했다.

 

A 씨가 심각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단순한 주취자의 타박상으로 판단해 병원 이송은 물론, 의료진과의 상태 문의(의료 지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의식이 없는 A 씨의 지문 조회를 통해 신원을 확인, 경기도 여주시에 거주하는 가족에게 연락해 A 씨를 인계했다.

출동 구급대원은 구급활동일지에도 "병력 청취 불가, 통증에만 반응이 있고 욕설하고 헛소리하나 부축해서 걸을 수 있으며, 타박상 외 발견하지 못했고 의사소통이 불가한 상태로 계속 자려고 하는 양상이고, 실변(대변 봄)에 왼쪽 눈 부위가 붓고 동공 반응 없음"으로 작성했다.

 

'단순 주취자'로 귀가 조치된 A 씨는 상태가 악화돼 가족의 도움으로 강원도 원주시 S대학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병원은 A 씨에 대해 뇌출혈과 안와골절, 실변, 눈 외부 돌출, 실명 위험, 섬망 증세(헛소리와 욕설) 등으로 진단한 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 출동 구급대원이 지난 달 19일 작성한 A 씨 상태 구급활동일지. [A 씨 가족 제공]

 

A 씨 가족은 "뇌출혈과 관련해 2차례나 수술을 받았고 폭행 당한 눈은 시신경에 눌려 실명에 가까운 상태"라며 "'조금만 늦었어도 뇌출혈로 사망할 뻔했고, 시신경이 눌려 있는 눈은 수술을 한 번 더 해 봐야 회복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며 분개했다.

이어 "당시 병원 이송만 바로 이뤄졌다면 현재처럼 위중한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책임을 묻기 위해 출동 소방관(구급대원) 등을 형사 고소하고, 민사 소송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나타난 섬망 증세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폭행 당한 기억으로 인해, 누군가의 손길을 가해자의 접촉으로 인식돼 이뤄진 반응으로 보인다"며 "CCTV에 찍힌 가상의 외제차 운전자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환자 상태를 보고 피해자가 여성 범죄를 당한 것으로 의심해 서초구청 관제센터에 CCTV 확인을 요청했고, 의료 지식이 없어 119에 협조 요청을 했다"며 "출동 구급대원이 현장 경찰관에게 '단순 주취자'라고 설명해 A 씨 신원을 확인한 뒤 가족에게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청에서 제공한 CCTV에는 A 씨가 사건 당일 외제차량에서 내리는 장면이 찍혀 있다.

이와 관련, KPI뉴스는 서초소방서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하다 사건 발생 2주만인 지난 1일 서울소방재난본부 담당부서 과장으로부터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에게 확인한 결과 'A 씨가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을 찾는 듯 보여 병원 이송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KPI뉴스 / 강기성 기자 seu504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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