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무하스타일'
'제2의 무하스타일', 경쟁력 제의 기회 될 수도
19세기 산업화의 물결. 차가움과 효율성이 지배하던 시절. 세상은 미(美)에 대한 갈증에 목말랐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미술 사조가 있다. 아르누보(Art Nouveau)다. 아르누보는 단지 하나의 양식이 아닌 예술과 삶을 통째로 껴안은 혁명적 정신이었다. 그 혁명의 불길 중심엔 체코 출신의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가 있었다. 그는 아르누보의 핵심 미학인 유기적 곡선, 신비로운 여성상, 숨 막힐 듯 섬세한 장식을 선보이며 아르누보의 별이 됐다. 그는 상업 포스터마저 순수 예술로 탈바꿈하는 미다스(Midas)의 손이었다.
그의 광고 포스터 속 여신들은 제품 선전 대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무하가 상업 미술에 불어넣은 '예술적 아우라'는 기업이 자기 경쟁력을 키우는 밑천이 됐다. 예술적 감성이야말로 브랜드와 제품 가치를 가장 크게 높일 수단이다. 그런 점에서 무하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아함을 판다'는 현대 마케팅의 원형이다.
놀랍게도, 21세기 이런 우아함을 우리식으로 해석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 기업들이 있다. 딱딱한 기능주의 디자인을 과감히 내던진 설화수의 우아한 곡선과 섬세한 장식은 '아름다움의 소장'이라는 무하주의의 표상이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뷰티전쟁'을 선포한 아모레퍼시픽 등 여러 K-뷰티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선보이는 제품 디자인은 무하 특유의 섬세한 띠와 장식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오마주(hommage, 예의 있게 따라하기)한 것이다.
그뿐이랴. 삼성전자는 '더 프레임(The Frame) TV'를 예술품으로 승화시켰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를 대담하고 유려한 아르누보식 곡선 디자인을 입혀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했다. LG전자는 LG SIGNATURE에 기능주의를 넘어선 조형미를 불어넣어 스스로 '작품이 되다'라는 도발적인 카피를 내놓았다.
한국 기업들이 애초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하스타일'을 따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들 기업이 내놓은 한국적 '무하 스타일'은 서구의 '미니멀리즘'과 차별화하며 큰 경쟁력을 갖췄다. '아름다움은 가치를 높인다'라는 무하의 유산이 우리 기업의 DNA에 각인된 셈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기업들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속에 더 큰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긴박함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들은 알폰스 무하가 던진 디자인 미학을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체코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지난 8일 여의도 더현대에서 개막한 '알폰스 무하: 빛과 꿈' 특별전은 필연적 기회가 아닐까 싶다. 가장 트렌디하고 상업적인 공간인 백화점에서 전시가 열리는 것도 여러 시사점을 준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엔 체코에서 국보급으로 분류되는 무하의 작품 11점,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70여 점 등 총 143점이 관객을 맞고 있다. 그야말로 무하에 관한 한 역대급 전시다.
그의 비전은 말이 아니라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그 의미를 읽어내는 일은 언제나 관객의 몫이다. 찬찬히 뜯어보면 이번 전시 속 어딘가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하스타일 시즌2'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국제 경쟁력을 키울 새로운 힌트일 수 있다. 지금 여의도로 달려가야 하는 이유다. 기회는 먼저 움직이는 사람의 것이다. 기회를 잡는 사람은 늘 먼저 움직인다.
KPI뉴스 / 제이슨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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