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동훈 기사에만 출동…'댓글부대' 실존 정황

전혁수 / 2024-07-18 16:34:56
韓 옹호 댓글 단 네이버 아이디 61개 추려 전수조사
2년여간 댓글 작성 韓 기사 10만개…전체의 86.18%
법무장관 취임쯤 등장…특정계정 중심 조직적 정황도
자발적 댓글 법적 문제 없지만…"세불리기 불과" 비판

국내 최대 포털의 수십개 계정이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등장하는 기사에만 댓글을 집중적으로 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계정들은 특정 아이디를 중심으로 공통된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다는 양상도 보인다. 일종의 '한동훈 댓글부대'가 존재한다는 유력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 댓글 사례 그래픽. [기사 캡처는 각 언론사/ 그래픽=박지은]

 

KPI뉴스는 네이버의 한 후보 관련 기사에 특정 아이디들이 그에 적대적인 정치인을 비난하거나 한 후보를 감싸는 댓글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올리는 상황을 포착해 취재에 들어갔다. 

 

한 후보 옹호 댓글을 단 아이디 61개를 추려 이들이 작성한 댓글을 전수조사했다. 같은 기사에 여러 댓글을 달아도 1개로 계산했다. 그런 만큼 실제 댓글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韓 언급 기사에만 댓글…법무부 장관 취임 전후 등장

 

18일 KPI뉴스 분석 결과 61개 계정 대부분은 한 후보가 언급된 기사에서만 출동해 댓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이들은 한 후보가 관련되지 않은 기사에는 거의 댓글을 달고 있지 않았다.

 

지난 2022년 4월 1일부터 2024년 7월 10일까지 61개 아이디가 댓글을 작성한 기사는 11만8916개로 집계됐다. 이 중 '한동훈'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는 10만2476개였다. 이들이 작성한 댓글 86.18%가 한 후보 등장 기사에 달린 것이다.

 

▲ KPI뉴스가 조사한 네이버 계정 61개 중 한동훈 언급 기사에 댓글을 단 비율이 높은 상위 5개. [그래픽=박지은]

 

특히 27개 아이디는 전체 댓글 중 90% 이상이 한 후보 기사에 달렸다. 80% 이상 댓글을 올린 아이디는 56개였다.

 

61개 아이디가 댓글을 달기 시작한 시점은 대체로 2022년 5월 한 후보의 법무부 장관 취임 전후다. 2021년 한 후보 언급 기사에 달린 댓글과 아이디는 각각 15개, 2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2년 5월부터 댓글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아이디 '가'는 2022년 7월부터 댓글을 달기 시작해 총 5606개를 썼다. 이 중 한 후보 기사에 올린 댓글은 5317개(88.66%)였다.

 

아이디 '나'는 전체 댓글 2248개 중 95.15%(2176개)를 한 후보가 등장한 기사에 달았다. 이 아이디의 댓글 출발 시점도 2022년 7월부터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디 '다'는 2022년 9월부터다. 댓글 4694개 중 91.05%(4406개)가 한 후보 기사에 몰렸다.

 

특정 계정 중심 조직적 댓글 정황

 

KPI뉴스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61개 계정들이 동일한 기사에 댓글을 다는 횟수와 비중도 함께 살펴봤다. 비교 결과 특정 아이디를 중심으로 계정들이 조직적으로 한 후보 기사에 댓글을 작성한 정황이 나타났다.

 

아이디 'A'는 한 후보를 언급한 5317개 기사에 댓글을 썼는데, 이 기사들에 다른 계정들이 상당수 댓글을 달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 KPI뉴스가 조사한 61개 네이버 아이디 중 A 계정과 동일한 기사에 댓글을 단 비율이 높은 상위 5개 아이디. [전혁수 기자] 

 

아이디1은 댓글 1649개를 썼다. 이중 무려 44.69%(737건)가 A가 댓글을 단 기사에 집중됐다. 아이디2의 댓글 1587개는 A와 669개의 같은 기사에 댓글을 작성했다. 공통 기사에 댓글을 단 비율이 42.16%에 달했다.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A와 같은 기사에 40% 넘는 댓글을 단 아이디가 3개, 30% 이상은 30개, 20% 이상은 56개로 집계됐다.

 

네이버에는 하루 평균 7만 건 기사(2021년 7월 기준)가 쏟아진다. 특정 아이디가 단 댓글이 있는 기사에 여타 계정이 댓글을 같이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교롭게 같은 기사에 댓글을 다는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백에서 수천 건에 달하는 댓글 중 20~40%가 겹치는 것을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발적 댓글' 법적 문제 없지만…"정치인 세불리기 불과" 지적

 

한동훈 캠프 관계자는 "댓글은 자발적이고, 후보와 무관하고, 후보가 알지 못하고, 후보가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기사에 댓글을 달지, 좋아하지 않는 기사에 댓글을 달겠느냐"고 반문했다. 

 

61개 계정의 댓글들이 한 후보 지지자들이 스스로 좋아서 행동한 결과일 가능성이 물론 있다. 전수조사에 포함된 일부 아이디는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한동훈 댓글팀' 논란이 일자, "자발적 댓글팀"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팬카페 위드후니에 올라온 게시글 모음. 작성자가 회원들에게 한 후보에 관한 응원 댓글 달기를 독려하고 우호적 댓글에는 공감, 악플에는 비공감을 누르기를 요청하고 있다. [위드후니 카페 캡처]

 

하지만 '조직적 동원' 흔적들이 다분해 자발성이 의심된다. 한동훈 팬카페 '위드후니'에서 한 후보를 옹호하는 댓글에 공감, 한 후보를 비판하는 댓글에 비공감을 요구하는 일명 '좌표 찍기' 행태가 이미 드러난 상태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한동훈줌(한동훈을 지지하는 아줌마)'을 자칭하는 세력이 한 후보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특정 댓글에 공감·비공감을 눌러달라고 좌표를 찍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때처럼 매크로라는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공직자가 개입한 사실이 없다면 위법 행위는 아니다. 법적으로 저촉될 건 없다는 얘기다. 이민석 변호사는 "팬덤의 댓글 좌표찍기는 자발적인 것이라면 법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론장과 정치 문화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사 댓글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어 무시할 수 없다"며 "한 후보를 편드는 댓글이 반복 노출되면 그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민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비판 의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민영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전임연구원(정치학 박사)은 "같은 아이디가 작성한 댓글 대부분이 특정 정치인에 대한 것이라면 한 후보 개인의 팬이 댓글을 달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는 정치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다. 특정 정치인 개인의 세 불리기에 일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전혁수·김명주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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