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발상과 뛰어난 기획력으로 연이어 히트
31만점 달하는 국내외 콘텐츠의 보고의 재탄생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이 올해 말 그대로 '대박'을 치고 있다. 관람객이 급증했다. 혹자는 "무료니까"라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오해다. 무료 상설전은 국중박만의 특별 정책이 아니다. 루브르 박물관 같은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은 공통으로 '공공문화기관의 기본 운영 원칙'을 채택,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국중박이나 해외 유수의 박물관은 유·무료 정책을 혼용하고 있으니 단편적으로 국중박의 '대박'을 무료 정책 덕분이라고 할 순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10월 15일 기준 누적 관람객 501만 명을 돌파했다. 1~2월엔 두 달 연속 50만 명대, 7월은 약 75만 명, 8월엔 약 86만 명을 넘어섰다. 월별 기록만 놓고 보면 루브르·바티칸·브리티시뮤지엄의 월평균 관객 수를 능가하는 구간도 나왔다. 국중박엔 연말까지 대략 650만 명이 다녀갈 전망이다. 연말 특수까지 겹친다면 700만 명 대 진입(세계 1위 루브르 박물관 890만명, 2024년 기준)도 가능할 듯하다.
| ▲ 9월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풍경. 지난 8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총 432만89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3만9237명)보다 77.5% 늘었다.[뉴시스] |
'대박' 비결이 뭘까. 핵심은 '기획의 힘'이었다. 최근 몇 해 국중박은 구태를 버리고 뛰어난 기획력을 보였다. 학술적 깊이는 유지하되 관람객의 이동 동선이나 감각적 몰입도를 높인 서사적 구조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국중박의 전시는 확실히 과거보다 전시 언어와 감상 방식이 뚜렷하다. 단순한 유물 나열이 아닌 난도 높은 역사·미술사 주제를 대중적 감각으로 마사지하고 있다. 더는 초중고생들의 미술공부 나들이 공간만이 아닌 셈이다.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2023.12.22–2024.4.14) 전시는 남긴 게 많다. 남인도 불교미술이라는 낯선 분야를 그래픽·지형 재현·영상·색채 조도 설계 등을 활용, 서사형 몰입 전시로 재구성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유물을 중심에 두면서도 관람객의 경험 흐름을 함께 설계했다. 당연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특별전: 인상주의에서 근대미술까지」(2025)는 해외 걸작 소개에 머물던 과거 관행을 벗어나 인상주의와 근대미술의 변화를 '빛·색채·시선의 혁신'이라는 감성적 연속성으로 묶어냈다. 작품 간 서사를 적극적으로 구축한 대목은 일품이다.
| ▲ 사유의방 전시. [뉴시스] |
무엇보다 압권은 반가사유상 전용 전시실 '사유의 방'(2021.11 개관)에서 보여 준 기획력이다. 이 전시는 국중박의 전시를 AD와 BC로 나눌 만한 전기다. 439㎡ 규모의 전용 공간에 덜렁 놓인 두 점의 반가사유상.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설계한 동선에 관객은 이미 몰입의 경지에 들어섰다. 설명문도 최소화했다. 관객은 자연스레 불상 앞에서 동선에 따라 '대면'하며 사유상처럼 깨달음 직전 사유(思惟)의 순간을 맛볼 수 있었다.
국중박은 2023~2024년 상설 고고관·미술관도 단계적으로 개편했다. 조선 왕실 의례, 불교미술, 한국 고고학 유물의 해설 중심 전시를 공간·미감·조형 기반의 이야기형 전시로 전환했다. 조선 왕실의 의례·정원·생활미학을 다룬 이 상설 코너들은 자연·풍수·왕실 세계관이 어떻게 시각화하는지를 공간 자체로 읽게 했다.
국중박이 여러 전시에서 보여준 다양한 혁명사고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 등 관람객 대거 끌어들였다. 10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전시관 앞에 대기 줄 행렬이라니.
| ▲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
현실적 문제도 있다. '성공의 역설'이랄까. 과도한 관람객 밀집이 오히려 유물 보존, 전시 동선,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제 국중박이 다른 혁신적 사고에 몰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제의 핵심은 관람객 수가 아니라 현재와 같은 기획의 힘을 어떻게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이끌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실증적인 해결책으론 총 7개 관, 39개 실, 9884점의 유물의 무료 상설전은 예약제 또는 부분 유료화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 유료로 운영하는 특별전 가격도 단계적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약제는 과도한 관객의 쏠림 현상을 제어할 수 있고 특별전의 비현실적으로 낮은 관람비는 오히려 콘텐츠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성인기준 5000원~1만9000원 정도인 특별전의 경우 해외 유수의 박물관처럼 3만~5만 원대 후반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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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보 감산사 석조아미타불입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국립중앙박물관엔 현재 약 31만 점의 역사적 소장품이 보관돼 있다. 삼국~통일신라 금관과 금동불, 무령왕릉 금제 장신구, 고려청자와 고려 불화, 조선 왕실 의궤와 백자,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본까지 한국사의 전 시기를 포괄한다. 여기에 이집트 미라·실크로드 유물 등 세계 문명 컬렉션도 포함돼, 국중박은 국내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금처럼 특별한 기획이 이어진다면 향후 점진적인 가격 인상도 큰 저항은 없을 것이다.
결국 전시는 콘텐츠이고 콘텐츠의 파워는 '꿰어야 보배', 즉 기획에서 성패가 갈린다. 그런 점에서 국중박이 해외 유수의 박물관에 뒤질 이유는 없다.
KPI뉴스 / 제이슨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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