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문건' 꽁꽁 감추는 석유공사…6월 이후 '공개 0건'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 2024-09-13 16:38:15

생산문건 44건, 원문공개 0건…이전 공개율 21.9%서 '뚝'
尹대통령 '대왕고래 국정브리핑 이후로 '비밀주의' 일관
기존 공개 문서도 비공개 전환…"일반적이지 않은 행태"
공사 "공공입찰 공정성에 지장 초래할 수 있어 비공개"

한국석유공사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과 관련된 문서 수십건을 지난 6월 이후 모두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개발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정브리핑을 진행할 만큼 국민적 관심이 큰 사업이다. 그런데 주무 공기업이 관련 내용과 정보를 감추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의구심을 자초하고 있다. 석유공사가 지나친 비밀주의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가스 생산시설. [한국석유공사 제공]

 

KPI뉴스가 13일 정부 정보공개포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석유공사는 지난 6월 이후 '대왕고래 프로젝트 용역·계약·입찰'에 관련된 44건의 문서를 생산했다. 그러나 제목 빼고 원문 내용이 공개된 문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기간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앞선 5개월 동안 대왕고래 프로젝트 용역·계약·입찰 관련 문서는 96건 생산됐는데, 이 중 21건이 원문을 공개했다. 공개율은 21.9%. 6월 이후 0%와 확연히 대비된다. 

 

비공개 처리 시점은 윤 대통령이 "동해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직접 알린 6월 3일 국정브리핑과 맞아떨어진다. 이를 계기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대중적 관심 사항이 됐다. 이전까지 관련 문서를 선별적으로 공개해 왔던 석유공사는 이때부터 일체 비공개 방침을 고수중이다.

 

비공개 문서 중에는 △탐사시추를 위한 헬리콥터 운영 용역 계약체결 요청서 △탐사시추를 위한 보급선 용선 용역 계약체결 품의 △대왕고래-1 시추작업 현장 감독용역 제안서 접수 결과 등이 포함됐다. 합당한 비공개 사유를 추정하기 어려운 문서가 다수다.


김유승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예외적인 비공개 규정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개가 원칙"이라며 "일반적이지 않은 행태"라고 말했다. 정보공개법은 '국가 시책으로 시행하는 공사(工事)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는 내년 대왕고래 탐사·시추에 497억2000만 원이 배정돼 있다.
 

▲ 한국석유공사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용역·계약·입찰 관련 문서 공개 현황. [정보공개포털 자료 재구성]

 

석유공사는 비공개 이유에 대해 "용역 입찰 관련 정보를 포함해 향후 공사가 시행하는 공공입찰 공정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3월 '탐사시추를 위한 헬리콥터 운영 용역 시행 품의', '탐사시추를 위한 보급선 용선 용역 시행 품의' 등 같은 제목의 공개 문서가 있는 점에서 석유공사 설명은 석연치 않다. 석유공사가 시행하는 다른 사업에서는 이런 용역 계약 문서의 원문을 감추는 일이 드물다. 

 

문서의 범위를 용역·계약·입찰 외 업무까지 넓혀보면, 이미 공개돼 있던 문서를 비공개로 전환한 사례도 여럿 발견된다. 지난 7월 22일 생산된 '국외출장 품의서(미국 휴스턴)' 문서 원문이 일례다. 처음에는 공개됐다 얼마 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KPI뉴스가 당시 출장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문의하자 공사가 돌연 비공개로 바꾼 것이다.


비공개 전환은 유독 대왕고래 사업에서 빈번하다. '대왕고래 탐사시추를 위한 케이싱 설치 용역' 등 5월까지 생산된 대왕고래 용역 관련 자료 다수가 6월에 비공개 전환되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해 2월 만들어진 미국 액트지오(ACT-GEO) 직원의 식사 비용 문서도 최근 비공개 처리됐다. 

 

▲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7월 생산한 '국외출장 품의서'의 원문정보 현황 페이지. 생산 시점에는 정보공개포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공개 정보로 분류돼 있다. [정보공개포털 홈페이지 갈무리]

 

석유공사는 "원래 비공개여야 하는 문서를 실수로 공개해 바로잡은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정보공개청구 분야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 언론 취재와 시민단체의 감시가 예상되자 의도적으로 자료를 은폐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공공기관의 출장업무 내역이 비공개 정보여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진임 투명사회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는 외유성 출장을 막고 책임성을 부여하기 위해 출장보고서를 공개하는 사이트까지 별도로 두고 있다"며 "세금이 투입되는 대왕고래 사업의 출장 내역이 원래부터 비공개 문서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KPI뉴스 /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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