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 이용해 11억원 시세 차익 거둔 혐의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신규 상장 차질 불가피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결국 2년의 옥살이에 처해졌다. 대법원은 1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 벌금 22억 원, 추징금 11억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대형 계약 정보 미리 이용해 시세차익
이 전 회장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에코프로비엠이 SK이노베이션과 체결한 2조700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이 전 회장은 계약 체결 정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기 전 주식을 매수했다가 되팔아 11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렇게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차명계좌까지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둔 점은 인정했지만 범행 공모가 없었고 범죄사실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다. 따라서 옥살이는 피하는 듯했지만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법정 구속됐다. 벌금 22억 원과 11억 원의 추징명령도 더해졌다.
2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총수이자 최종 책임자임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횟수 등을 감안하면 책임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또 범죄로 인한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피해 회복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처벌이 현저하게 낮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이 18일 2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여 형이 확정된 것이다.
이 전 회장에게 11억 원은 보통사람의 11만 원
이동채 전 회장은 에코프로 주식 18.84%, 500여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달 한 때 150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현재 100만 원 남짓에서 거래되고 있다. 단순히 계산해도 이 전 회장의 지분 가치는 5조 원이 넘는다. 물론 가족 등 특수 관계인의 지분을 제외한, 순수한 이 전 회장의 개인재산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2022년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는 대략 5억1792만 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비하면 이 전 회장의 자산은 보통사람의 1만 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이 11억 원을 벌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은 비례적으로 따져보면 보통 사람들이 11만 원을 탐내다가 범죄를 저지른 것과 같다는 계산이 나온다. 돈 많은 사람이 푼돈에 더 인색하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대목이다.
10년 적자 버티며 키워온 에코프로 그룹의 사업 차질 불가피
이동채 전 회장은 배터리 양극재에서 선두권 기업인 에코프로의 창업자이다. 그런데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가 아니다. 대구상고를 나와 한국주택은행에 다니면서 영남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이후 창업에 뜻을 두고 1996년 모피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한 경력도 있다.
그러다가 2004년 정부가 주도한 2차 전지 개발 컨소시움에 참여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연결돼 양극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2006년 제일모직이 양극재 사업을 접으면서 기술과 영업권을 에코프로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결코 꽃길은 아니었다. 10년이 넘게 적자를 버텨내 오늘날의 에코프로를 만든 것이다. 2차 전지에 대한 기술자는 아니었지만 2차 전지의 미래를 확신하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시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이나 중국, 유럽 할 것 없이 전 세계가 배터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의 총수가 수감됐다는 것은 악재임이 분명하다. 배터리 사업은 필수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는 총수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에코프로 그룹 내부로 눈을 돌리더라도 전구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푼돈을 탐낸 결과가 너무 이렇게 클 줄은 이 전 회장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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